봉미산(鳳尾山 856.6m) 보리산(627.3m)

2006년 12월 16-17일
1991년 10월에 35,000원주고 샀던 36리터 코롱 배낭을 무척 자주 지고 산에 다니며 닳아 너덜너덜
해졌어도 그냥저냥 지고 다녔었는데, 10여일 전 분해하여 쓰레기봉투에 넣고 그동안 사용한 날을 산행
기록에서 찾아 더하여보니 258일 즘 사용하였고, 등에서 나를 보호해주기도 했었고, 늘 무척 무겁게
느껴지기만 했었고, 자주 열고 닫았던 지퍼가 닫아두면 찢어져 두 번 갈아보기도 했던, 다른 사람들이
보면 쓰레기 같았을 텐데도 그렇지 않았던 내 생각엔 끝까지 사용한 듯하다. 

16일
그 36리터 배낭 쓰며 2003년부터 사용하지 않았던 70리터 야영배낭에 짐을 몇 번 넣다 뺐다 하며
전날저녁에 꾸리던 배낭 꾸려지고 05시15분에 나서니 포근한 한밤이 느껴지고, 전철타고 산본역에서
몇 달 만에 ‘김 민석’ 님 만나니 반갑다. 늘 그랬듯 그런저런 얘기하니 청량리역이 가깝고 돌아오는
기차표 구입하여 1330-5번 버스종점에서 기다리다 타고 07시30분에 역 앞으로 돌아서 출발하였다.

올해3번째 타고 가평 설악면으로 가는 1500원 좌석버스에서 또 그런저런 얘기하며 몇 달 만에 가는
야영이라 즐겁고, 여러 정류소 지나 솔 고개 넘어 설악면터미널에 내리니 09시15분이고, 매표소에서
승차권을 사다보니 1500원 묵안리로 사게 되었고 기다리다, 09시45분 완행타고 지형도를 운전사에게
보이며 엄소리 상촌 마을 지나 삼거리에 내려달라니 지도는 모른다고 하여, 하산하려던 묵안리로 표도
샀으니 그곳에서 봉미산 오르자며 종점까지 가는 산골길이 멀게 느껴진다. 

잔뜩 흐리지만 듬성듬성 햇볕 줄기 보이는 하늘에서 비가 내린 듯 젖은 마을 작은 공터에 내려서니
버스는 바로 돌아가고, 10시인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동쪽으로 골목 걷다 다리건너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오르는 집으로 가서 3.6리터 식수 얻으며 마을 이름을 여쭈니 묵안리 국수터 이고 봉미산은
골짜기 따라 가면 된다고 한다.

마을동쪽에서 흘러드는 골짜기오른쪽우마차로를 걷다 계곡을 건넜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잠시 오르다
잣나무 숲에 이르러 두세 가지 반찬으로 현미밥을 먹고 걷던 길을 걷다니 삼거리인데, 한 길은 오른쪽
산기슭으로 좀 오르막이라 왼쪽계곡건너 좀 오르니 산사태지역이라 다시 계곡을 건너 걷던 길 걸어
한동안 오르다니 계곡이 좁아지며 크고 긴 바위가 물길왼쪽에 있는 곳으로 건너서 계곡물도 마시며
쉬다가 계곡왼쪽오솔길을 잠시 오르다니 나무사이로 해발 약500m 즘에 임업도가 보여 올라갔다. 

여전히 잔뜩 흐리지만 듬성듬성 푸른 하늘도 보이는 사나운 날의 묵안리와 주변 가까운 산들만 훤히
보이고, 잠시 의견을 맞춰서 왼쪽으로 몇 굽이돌아 걷다가 682m봉에서 서북쪽으로 뻗은 능선에 해발
530m 임도 재에 이르러 쉬다가 성현에서 만나기로하고 민석 님은 임도 따라 내려가고, 12시에 혼자
절개지 올라 동남쪽능선을 따라 해발682m봉으로 걸었다. 

성현 남쪽 해발682m봉 정상

600m봉을 넘어서며 등산화에 달라붙은 눈이 녹아 젖어들고, 한동안 걷다 오른 봉이 682m봉 정상인가
했었는데 좀 더 갔더니 큰 소나무 많은 봉우리에 표시는 없었지만 682m봉 정상이고, 쉬다 북쪽으로
몇 걸음 내려서니 남쪽 비치고개서 이어진 듯싶은 선명한 등산로를 따라 20분 즘 내려서니 성현이고
헤어졌던 민석 님이 보인다. 

성현, 봉미산 들머리는 왼쪽


성현 봉미산 들머리

오후1시에 ‘봉미산 2.7km 1시간40분’ 이정표 뒤로 선명한 오솔길 따라 자주 쉬며 오르는데 등산로는
비 내린 여름날처럼 등산화에 젖은 흙이 달라붙어 미끄럽고, 한동안 가파르게 오르니 해발750m주능선
등성이고 동쪽으로 해발814m봉과 북쪽으로 정상이 보인다. 

많았던 짙은 구름무더기도 거의 보이지 않고 바람도 잦아드는 푸른 하늘이 기분을 더 좋게 하는 오후
나무지팡이 만들어 814m봉 지나며 바람 없는 곳에 배낭내리고 밥을 좀 더 먹었고, 한동안 주능선을
따라 오르다니 드넓은 푸른 하늘과 하얀 봉우리 큰 공터에는 흰 눈이 더 많이 보이고 북쪽가장자리로
까만 돌 판에 ‘봉미산’ 정상임을 알리는 큰 글자가 보이고, 두 눈을 크게 떠도 다 못 볼 산상의 세상이
온몸으로 마음으로 터질 듯 시원하게 파고든다.

봉미산 정상

3시25분이고 사진 몇 장 찍어두고, 민석 님은 홀로텐트 치면서 몇 번 따로 잠자리 만들자는 걸 같이
몇 번 야영하며 함께 자던 생각하며 홀로텐트 위에 마른 나뭇가지 4개 세우고 비닐을 덮어 고정시키고
들어가 앉으니 비닐 밖으로 해가 높게 보이는 건 처음이고 4시15분이다. 

왼쪽 억새 뒤로 폭산과 가운데 용문산


동지 가까운 날 긴 밤을 보낸 잠자리


북쪽으로 가운데 낮은 곳 널미재 왼쪽은 보리산 오른쪽은 장락산

젖은 양말도 벗어 걸어두고 배낭정리하며 주변으로 산행했던 산들을 휘 둘러보며 쉬다 5시 가까워지며
노을 좀 보이는 사진 찍다니 한 겹씩 어두워지는 느낌을 볼 수 있고, 마유산(馬遊山 862m)정상으로
내려서는 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성거리며 장갑 끼지 않고 카메라 들고 있는 손이 무척 차가웠다. 

4시55분 왼쪽 폭산과 오른쪽 용문산


5시04분 마유산(馬遊山 862m)정상으로 내려서는 해, 맨 오른쪽 봉은 중미산


5시09분

가스등 켜두고 얇고 작은 돌판 올려둔 버너에 가스통을 토치버너로 달구니 돌 판이 금세 달아올랐다.
삼겹살 올리고 통배추와 쌈장 고추장 마늘 양파를 둘러놓고 민석 님은 소주를 나는 늘 그렇듯 알코올
35%강소주에 값싼 포도주 좀 섞은 술을 마시며, 노란배추에 현미밥과 잘 익은 삼겹살 한 점과 쌈장을
올리니 세상 가장 좋은 안주가 되어 술맛을 더하고, 돌 판에서 익으며 나는 소리가 술과 삼겹살 맛을
또 더하는 산상의 작은 공간에서 기름 빠진 삼겹살의 고소함이 서로 좋아하는 술로 세상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술 몇 잔을 마시며, 그런저런 얘기하니 긴 밤도 뚝뚝 잘려지며 적당히 취하고, 비닐천막
받히느라 세운 나무 막대기로 민석 님 앉은 곳이 좀 불편 했을 뿐 모든 것이 좋은 산상의 밤이다.

저녁자리 정리하고 가스등 들고 눈 쌓인 곳 다니며 마른나무 주워 모아 모닥불 피워 잔 고구마 몇 개를
뜨겁게 익혀서 바람은 조금씩 오가고 달 없는 고요한 밤이라 서성거리며, 한 손엔 까만 밤 하얀 김이
보이는 고구마를 한 손엔 찬 술잔 들고 하늘에 별과 산행했던 여러 산과 그 아래 세상 불빛들 바라보며
마시는 술이 향기 좋은 군고구마 맛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서 잊혀 지지 않을 즐거웠던 산상의 밤으로
남을 것이다. 

9시 즘 기분 좋게 취해 잠자리에 들어 푹 자다 깨니 눈 내리는 소리 들리고 한동안 들으며 누워 있다
일어나 가스등 켜니 03시 반 즘이라 누웠더니 더 잠은 오지 않고 뒤척이며 뒤척이다, 겨우 조금씩 잠
들기도 했지만 동지가 가까운 긴 밤이었다. 

17일 
07시 지나서 잠자리 정리하고 볼일 보러 나갔더니 눈은 많이 쌓이지 않았지만 온통하얀 세상이었다.

07시09분 잠자리


07시10분

간밤에 눈 내리는 걸 보려고 누워서 홀로텐트 문을 열었더니 천막비닐에 쌓였던 눈 두 줌이 가슴으로
확 떨어졌었다는 얘기 종일 몇 번 하는걸 보니 따로 잠자리 만들 걸 하는 미안함과 아쉬움이 있었다.


아침은 따로 나는 코펠에 현미밥 넣고 물 적당히 부어 끓여서 따뜻하게 김치와 양파로 먹고, 그런저런
장비와 비닐을 걷고 챙겨 08시47분에 북 서북쪽 눈은 쌓였지만 선명한 가파른 오솔길을 따라 조심조심
10분 즘 내려서다 이정표가 있는데, 걷던 오솔길이 꺾이며 빽빽한 나무사이로 골짜기와 등성이 모양이
삼산 현으로 내려서는 방향이 아니라는 예감에 멈춰 지형도 보며 잘못 내려왔나 주변을 살피니 이정표
뒤로 표시기가 하나보이고 그곳이 왼쪽으로 설곡 리와 삼산 현 갈림길이었다. 

삼산현으로 가파르게 내려서다 8시54분 갈림길 좀 전 민석 님 

민석 님은 그곳에서 편하게 설곡 리로 하산한다하여 설악면터미널안마당에서 오후2시나 3시 즘에
만나기로하고, 혼자 주능선 따라 삼산 현으로 좀 내려서다 쌓인 눈으로 길을 찾을 수 없어 서성거리다
적당한 곳으로 내려섰더니, 주능선 좀 오른쪽 잔 골짜기로 들어섰다가 왼쪽으로 너덜지대 건너 주능선
오르니 내내 선명한 길이 능선마루로 이어져 쉬 내려걸으며 혹 올라오는 사람이 있으면 내려오다 길을
헤맸으니 잘 찾아서 올라가라는 얘기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걷다 삼산 현에 이르니 09시20분이다.

삼산현

등산로에서 몇 걸음 벗어나 시원한 볼일보고 북서쪽주능선 따라 올라가며 주변으로 골짜기와 산들은
안개로 보이지 않고, 걷다 작은 나무를 건드리거나 몸에 배낭에 부딪히면 쌓인 눈 쏟아지는 능선마루
한동안 걷다니 지형도를 앞서보게 되었고, 여러 봉우리 올라 나침반과 지형도와 지형을 자주 보며 주
능선마루길 찾아 걷다가 현 위치를 알려고 636.8m봉 삼각점이 눈에 묻혔나 찾기도 하다, 11시에야
해발636.8m삼각점봉에 올랐다. 

해발636.8m 삼각점 봉우리

나무사이로 616m봉과 보리산을 보며 주능선마루 길 걷다가 616m봉은 쉬 넘어서 안부로 내려섰는데
눈에 덮였던지 왼쪽 활 골로 내려서는 길을 볼 수 없어서, 길 아는 보리산 올라 점심 먹고 내려서자며
그대로 주능선마루로 봉우리 하나 둘 셋을 넘어서며 짙푸른 잣나무도 눈 색으로 바뀌고 바위능선으로
큰 소나무지대도 지나 힘들게 오르며 보름 전에 올랐던 보리산 정상이 저 봉우리겠지, 이제 다왔다며
마음다독거리며 자주 서서 쉬며 오르다니 그 까만 바위가 조금씩 보이니 반갑더라. 

11시42분에 보리산 오르다가


11시50분에 보리산 오르며


보리산 정상

보리산 정상에 배낭내리니 12시20분이고, 배낭에 장비 꺼내 다시 챙기고 아침처럼 현미밥을 끓여
김치와 점심 먹다니 세 사람이 올라왔다 내려가고, 오후1시에 여러 사람들이 다녀 낙엽이 보이는 훤한
서쪽능선마루 길로 한동안 가파르게 내려서니 길은 오른쪽골짜기를 건너 보리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해발605m봉우리의 서쪽능선으로 올라서게 되고 이정표 있는 삼거리다. 

걷던 선명한 길에서 벗어나 서쪽능선으로 들어서니 하늘을 가린 잣나무 숲 아래를 서둘러 걷다 잠시
능선마루에서 오른쪽으로 좀 벗어나 골짜기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느라 헉헉 땀 흘리며 올라서서
따르던 능선으로 걷다니 오른쪽잣나무사이로 절집이 보이고, 계속능선 끝까지 따라 내려서니 그
향원사로 올라가는 도로이고 1시55분이다.

설악면 위곡3리, 차고 뒤 능선으로 내려왔다, 왼쪽은 향원사


위곡3리 마을회관 앞 101번 도로, 왼쪽 논 옆 골목으로 나옴

골목길 지나 101번 도로로 나와 위곡3리 마을회관인 듯싶은 곳에서 방설바지 벗고 2시10분에 도로를
걸으며 가끔 보리산도 돌아보며, 86번 국도로 나와 눈 녹아 질퍽한 아스팔트 한동안 지루하게 걷다
삼거리 지나 설악면터미널 가까워지니 어디선가 민석 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곧 출발하려는
3시 버스 타니 민석 님도 10분전에 왔다고 한다.

2시29분, 86번국도 따라 설악면으로 걷다 보이는 보리산

그렇게 각자 걷고 싶은 대로 걸은 뒤라 즐거운 마음으로 따뜻한 버스 안에서 헤어진 후의 얘기 하다니
아침에 헤어져 10분 즘 설곡리로 내려가다 눈 쌓인 무척 가파른 길이 이어져 돌아 올라가서 내 발자국
따르다 너덜골짜기로 돌아서 삼산 현으로 내려와 설곡리로 나와 설악면터미널까지 걸어왔다고 한다.

청평역주변에 막걸리식당을 찾으니 없어서 슈퍼에서 막걸리와 즉석어묵을 사서 역 지붕 있는 마당에
매트리스 깔고 편하게 앉아 어묵 국을 끓여두고 시원한 잣 막걸리가 참 맛있게 넘어가고 어묵 국 맛
좋았고, 그런저런 산과 사는 얘기하다... 그 잣 막걸리와 즉석어묵을 더 사서 끓이고 마시다 저녁 6시
가까워서 배낭 챙겼다. 

6시18분 무궁화호에 앉아 배낭에 남았던 알코올35%강소주에 값싼 포도주 섞은 술을 무 안주로 더
마셨더니 많이 취해 청량리역에서 민석 님이 준 따뜻한 자판기 우유마시고 전철에서 자다가 안산역
까지 갔다 중앙역으로 돌아와 집으로 오는 길은 한 겨울날 강원도 산골처럼 눈과 얼음이 가득하다.

2006년 12월 21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