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물길 따라 걷다가 산상에 올라서 잠자다

2004년 8월 8-10일
지난해 7월 덕구에서 응봉산에 올라서자고 삼척 용소골짜기 물길 따라 걸은 게 처음인 듯하다.
산 오르려고 골짜기를 지나다니기만 했는데, 또 가고 싶던 곳이 문지골과 소광리 이었는데
지형도 보다니 울진군 서면에 전곡리 골짜기 지나서 낙동정맥에 올라 자고, 소광리 골자기 걸어서 
또 낙동정맥에 올라 자고 문지골로 물길 따라 걷자는 생각을 하였다. 

7일 밤 중간 배낭에 소주 1.2리터와 3일간의 식량과 간단한 비박장비와 여러 가지 챙기니 무겁다. 

8일
자다 깨니 고향 영주역이다. 기관차를 뒤에 연결하고 있는데 잠은 더 오지 않고 배낭 내려 술 한 잔
안주도 없이 조금씩 마시며 보는 창밖 멀어지는 가로등 빛이 20년 즘 전 몇몇 기억들을 생각하게
하고, 도시의 큰 역 이름보다 지나가는 봉화 춘양 임기 그리고 내려야할 분천역이 더 그립다.

또 생각난다. 1995년 가을 현동에서 36번국도 따라 밤새 분천 광비 지나 걸어서 오른 답운치에서
낙동정맥 이어걷기 하던 그날... 오늘 그곳 한 봉우리에 올라 자지만 기억나는 게 없을까...

04시30분에 몇 사람과 함께 작은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은 두 번째 내렸는데 새벽안개 
가득한 작은 광장을 내려서니 수십 년은 되었을 이층집이 보이고, 골목을 좀 걸어 나가다 돌아가서 
역 옆 골목으로 들어서 걷다니, 철로와 만나서 도로로는 전곡골짜기 어귀까지 이어지지 않고 열차도 
자주 다니지 않으니 철길 따라 걷는 게 편하고 빠를 거란 생각으로 올라섰다. 

논밭 지나자 철로는 낙동강과 가까워지며 강물 흐르는 소리 크게 들리고, 짧은 터널 하나 둘 지나며
날이 밝아지고 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배낭내리고, 콩밭에서 아침 볼일을 보고 척구마을 앞 
지나 첫 철교 건너며 주변 풍경이 좋아 보인다. 걷다가 다음 철교 건너 좀 긴 터널 앞에 배낭 내리고 
쉬며보니 도로는 그곳까지 이어진 듯 하다. 


비동 마을 옆 낙동강과 영동선

낙동강 오른쪽은 배바위산 자락이고 왼쪽은 철로와 야산인데 강가에 피서객과 텐트가 보인다.
쉬다가 터널로 들어서서 걷다가 혹 기차라도 오면 하는 생각에 좀 뛰어보다가 걷는데, 내가 자갈 밟는
소리만 울려 들리더니, 뭔가 다른 느낌의 큰 소리에 돌아보니 이마에 그 밝은 불 켜고 막 터널을 
들어서고 있는 기관차가 내게로 마구 달려들고 있다.


다른 생각할 수없이 뛰었다. 아무래도 터널 끝은 멀어 보이고 안 되겠다 싶어 철로 밖으로 나가서
벽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며 드는 생각은 저놈 지나가는 날개 끝에 받히면 어쩌나, 그럼 끝인가 
나는... 아 그런데 기차 지나가는 시간은 왜 그렇게도 길게 느껴지는지, 기관차 지나가고는 무사하다는
생각으로 헉헉거리는 숨만 몰아쉬며 화물객차도 지나 보내니 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그곳을 
터널을 나가니 왼쪽으로 낙석 방지터널 더 만든 곳 산에서 내려오는 배수로에 흐르는 물이 있어
몇 잔 마시니 무지 시원하다.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이었다. 산 다니며 철길 걸은 것도 터널에서 기차 만난 것도 처음이다. 
그것이 한동안 가고 싶던 곳을 간다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주었다. 


철로 주변 빈집도 보이고 철교 두 개 더 지나 원곡마을 지나서 강변도로로 내려서서 걸었다.


자갈과 모래를 강에서 퍼 올려 새로 만들어진지 얼마 안돼 보이는 도로를 한동안 걷다, 06시45분에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울진 서면 전곡리 골짜기 들머리에 이르러 신 벗어 들고 강 건너 바위에 배낭
내리고 마늘 양파 풋고추로 밥 먹다니, 도로 공사하는 사람들이 와서 모래와 자갈 퍼 담고 나른다.






07시20분에 전곡리 골짜기 물길 따라 5분도 안 걸어 등산화는 벗어 배낭에 매 달아야했고, 고무신으로
갈아 신고 첨벙거리거나 크고 작은 바위 건너거나 조심조심 바위를 지나갈 수 있으면 지나가고,
양쪽바위벽으로 지나 갈 수 없어 한 번은 산으로 돌아서 걷기도 했다. 


새벽에 철교 걸으며 찍은 사진을 보다가 헉 하는 순간에 왼쪽다리가 침목사이로 빠져서 검은 
기름때가 묻어서 바지 벗어서 빨고 나니 20분이 지났다. 그때도 위험한 순간이었다. 

상류로 마을이 있어 그런지 물에 잠긴 자갈이나 바위는 미끄러웠고, 여러 가지 농사용 자재가 곳곳에
큰물에 떠 내려와 걸린 듯 보이기도 하지만, 골짜기는 용소골 일부처럼 아름다운 곳도 있고, 소나무와 
활엽수가 크게 자라 그늘이 많다. 높지는 않지만 가끔 있는 폭포의 하얀 물줄기가 온몸에 땀은 
흐르지만 마음에 시원함으로 들어왔다.












아! 아무도 없는 이곳 물에 풍덩 들어가 누워 좀 쉬었다 갔으면 하는 생각하며 걷다 보면, 또 그런 
크고 작은 바위에 소를 그냥 지나가기 아쉽지만 갈 길이 머니... 그렇게 물 따라 걷다니 앞에 
사람들과 텐트가 보여 나처럼 걷던 사람들 쉬나 했더니 피서객들이다. 


그곳은 전곡리 맨 하류의 마을이고, 도로로 올라서니 그늘도 없이 해가 가까이 내려온 듯 뜨겁고 
눈부시고 09시10분이다. 지형도로 햇볕 가리고 걷는 시멘트 포장된 세 곳 마을 앞길 주변으로 
피서객의 차가 곳곳에 보이고 민박이 있고 계곡으로는 텐트가 있다. 


전천동 지나며 포장도로는 끝나고 이어진 흙길을 걷다가 10시에 도로에서 내려서는 왼쪽으로 풀이
자라는 오솔길이 있어 들어서니, 비닐하우스에 거적 덮은 임시 거처 안으로 평상과 싱크대, 난로와 
목탁이 보이고 옆에 작은 화장실도 있는 그곳에서 쉬다가 주 계곡으로 내려가 다시 물 따라 걸었다.






골짜기 폭은 좀 좁아졌지만 상류로 골포동에 옛날엔 화전민이 살았다지만 사람이 살지 않아서인지
물에 잠긴 바위가 덜 미끄러웠고, 고무신 바닥이 얇아서 발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대로 걸어가며 
양쪽 큰 바위 사이 작은 선녀 탕을 지날 땐 옷 다 벗고 들어가 쉴 여유 없어서 아쉽기만 하고,
펑퍼짐 한 곳에선 울창한 수림이 양쪽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그쪽으로 걷기도 했다.





걷다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지팡이로 쓸 적당한 나무가 꼭 산신령의 지팡이처럼 생긴 마른 막대기가 
있어 가지고 걸으니 딱 좋다. 큰물 내려 올 때 쓰러졌을 큰 나무가 계곡에 가로 놓인 모습도 잦고, 
지류에서 물 흘러드는 곳 몇 미터 안 되는 폭포와 본류의 작은 폭포 여러 곳 지나 걷다, 12시 5분에 
그늘에 배낭 내리고 땀으로 젖은 속옷을 헹궈서 뜨거운 바위에 널어두고, 목욕 하고 그대로 앉아 
점심밥을 아침처럼 먹고 물에 들어 누워 쉬다가 오후1시에 다시 걸었다. 








점점 물길 폭은 좁아져 바위협곡으로 이어진 몇 곳 지나다 흔적만 남았다는 골포동은 언제 지났는지
모르겠고, 걷다보니 동쪽과 서쪽에서 흘러드는 지류에서 동류를 따라 바로 낙동정맥 해발1136,3m 
삼각점봉 오를까 하다, 본류 물길을 오르다 해발730m에서 계곡을 건너는 임업도로를 만났다.

2시15분이고 승합차가 있는데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그 도로는 본류를 따라 이어졌고, 동쪽 백병산 
자락에서 흘러드는 계곡으로 난 큰 자갈투성이 어설픈 임도로 좀 오르다, 등산화로 갈아 신으며 대충 
또 땀을 씻고 오르다니, 골짜기오른쪽 산에 나무를 모두 배어내서 그늘이 없어 오후 뜨거운 햇볕을 
등지고 오르지만 온몸이 뜨겁고 땀이 흐른다. 


그늘 좀 있거나 구름 지나가면 쉬면서 오르는 내내 오른쪽 산은 벌목하여 그늘이 없으니 더 뜨겁고,
골짜기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하여 큰 나무줄기 뒤 그늘에 배낭내리니 옆 개울물이 시원하다. 
잠시 앉아 쉬며 졸다가 저녁밥 할 불린 현미 씻어 담고 내일 먹을 거 씻어 물과 함께 넣어 불리고, 
식수 가득 담아 골짜기 따라 오르니 벌목지대는 해발1100m 즘까지 이어졌고, 마지막에 졸졸 흐르는 
물 몇 잔을 밭아 마시니 제일 시원하고 좋다. 


잠시 가파른 산자락을 올라 능선에 배낭 두고 왼쪽으로 야트막한 봉우리 넘어 백병산(白炳山 1159m) 
정상에 가니 사람 오른 흔적은 전혀 없고 큰나무가 자라는 숲이다. 오솔길도 찾을 수 없이 되돌아가서
오른쪽으로 낙동정맥 해발1150m봉 가려고 걷다보니 키 높이로 자라는 땅 대나무 숲이 무성하고 어설퍼
피해보려고 오른쪽으로 돌아보았지만 여전하여 헤집고 오르느라 깨끗하던 바지도 어설퍼지고, 
마지막에 물 많이 마신게 모두 땀으로 나와 웃옷을 흠뻑 적시고, 5시15분에 낙동정맥 해발1150m봉에 
올라 표시기를 보니 반갑다. 

정맥을 따라 남쪽으로 걷는 길은 무척 빤질거리고 좋다. 
작은 봉우리 지나서 길은 해발1136.3m봉우리 서쪽기슭으로 이어져서 적당한 곳에서 정상으로 잠시 
가파른 산자락에 나무 잡고 헉헉거리며 오르니 해발1136.3m삼각점봉우리 정상인데, 삼각점을 
설치하려는지 두 평 즘 되는 정상에 나무와 풀을 베어 놓아 야영하기 알맞다. 5시45분이다.

잠시 주변을 조망하다가 저녁거리 옆 바위에 올려 지어두고, 우의 펼쳐 하늘을 가리고 바닥엔 비닐
깔아 잠자리 만드니 기분 좋다. 서쪽은 나무에 가렸지만 동쪽은 훤히 트이고 전망이 좋아서... 





김치와 참치 마늘 고춧가루 라면스프하나와 간장을 넣고 끓여 현미밥으로 저녁 먹다 켜둔 라디오에서 
밤에 경상도 강원도로 소나기가 내릴 거라는 얘기가 들린다. 밥 먹고 바꿔야겠다. 끓인 국 맛은 없어도 
술 한 잔에 잘 먹고 풀어둔 짐을 밖으로 내어놓고, 깔았던 비닐로 하늘 가리고 우의를 깔고 나니 안심 
인데, 천둥이나 벼락 얘기가 옆에 키 큰 소나무는 있지만 라디오와 코펠 버너에 금속이 혹 번개라도
맞을까 하는 걱정도 이다. 


술 몇 잔 더 마셔도 취하지 않았지만 더 마실 생각도 없다. 달은 안보이고 비는 내리지 않았다.
세상도 보이지 않고 가스등 빛을 따라 나를 찾아온 여러 가지 벌레가 성가셨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산상에서 시원해서 피곤해서 기분 좋게 밤9시 지나서 쉬 잠들었다. 

9일
잠 깨니 02시 즘인데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무인지경 이란 말처럼 깊은 산중 산상에 누워 천막 
밑으로 먹구름 조각들 사이로 반달이 안 되는 달이 지나가고 썰렁하고 추워진다. 잠이 들듯 말듯 
잠은 오지 않고 비가 조금 뿌려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켜둔 가스등이 따뜻하였다. 
여기에 잠자리 만들길 잘했다. '좋다.' 라는 생각 여러 번 하며 구름 많은 하늘을 보았다.

05시 지나고 구름이 많아져 일출 볼 수 없어 아쉽다. 국 데워 현미밥 먹고 코펠에 물 부어 끓였더니
숭늉 맛이 좋다. 그리고 무척 오랜 만에 물 끓여 커피를 하나 타 마셨지만 별 좋은 맛은 아니었다.


배낭 챙겨 06시30분에 내려서려니 아쉽다. 좋은 잠자리였다는 생각에... 

구름이 많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바람이 시원하고 여러 새소리가 들린다. 
작은 봉우리 지나 정맥 길 만나 남쪽으로 쭉 따라 걷다 오른 해발980m 긴 능선엔 큰 소나무가 많은데
1995년의 기억이 좀 나는 듯도 하였지만, 지나서 내려가니 07시15분이고 잘 만들어진 임도 재이다.





다음 정맥 들머리로 표시기가 많지만 지금 다시 저 길 걸을 수는 있지만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또 소광리 물길 따라 걸으려고 북쪽골짜기로 들어서니 처음엔 낡은 임도라 길이 좋구나 싶더니, 
더덕 두 뿌리 캐서 좀 내려가니 골짜기를 왜 굴삭기로 파헤쳐 놓았는지 모르지만 미끄럽고 어설펐다.
내려서다 첫 계곡 합쳐지는 곳 수량은 많지 않지만 전날 흘린 땀 씻고, 물길 따라 걷다 지나는 작은 
여러 폭포나 소를 보니 여기 물 많고 좋은 곳에서 씻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냥 지나 걸었다.


















한 곳 작은 폭포 위에서니 옷 다 벗고 풍덩 뛰어내리고 싶지만 수영을 못하니 옆으로 돌아서지나
걷는 골짜기에는 전날처럼 물 흐르는 소리만큼 크게 참매미 울음소리도 끊임없이 들리고, 09시30분에
소광천 본류와 만나니 건너편으로 임업도로가 보이는데 덤프트럭 하나 힘들게 올라간다. 




도로로 오르지 않고 그대로 물길 따라 걸으며 주변으로 활엽수도 있지만 큰 소나무 숲이 대부분인데, 
소나무인지 금강소나무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다른 산에서 보기 드문 큰 소나무가 계곡주변으로
산으로 빼곡히 들어선 숲에서 다가오는 시원함과 짙은 초록의 기운이 모두 내게로 오는 듯 느껴진다.






골짜기는 점점 넓어지고 수량도 많아져 걷다 큰 바위 많고 도로에 시선을 피할 곳을 그냥 지나가기 
아쉬움으로 뜨거워진 몸에 걸친 모든 걸 훌렁 벗고, 바위에서 떨어지는 폭포 물줄기에 등을 대고 
쉬다가 옆 긴 소에 들어가 한동안 놀다가, 또 뜨거운 바위를 지나 물에 빠지지 않으며 걷다 첫 다리를 
지나 두 번째 다리 지나 걷다니, 지형도에 표시된 소광천마을 쪽으로 전주처럼 보였는데, 그냥 지나 
세 번째 다리를 지나다가 혹 사람이라도 사나 싶어 도로로 올라서 세 번째 다리 건너 돌아가 보니, 
초가가 있는데 MBC 영웅시대 세트장 이라는 안내판이 있고 옆엔 지하수 개발 장비와 트럭이 있다. 


평상에 배낭내리고 둘러보다니 풀이 무성하고 전날부터 먹고 싶던 산딸기가 좀 자라고 있어 
배고프던 차에 맛있게 따 먹다가, 어젯밤 술이 썼는데 이걸 좀 따서 즙을 짜 섞어볼까 싶어 한 잔
따서 스카프로 짜서 넣었더니 색깔은 괜찮은데 맛은 어떨지... 






그곳에서 나와 다시 골짜기로 들어가 걷다가 금강소나무에 번호를 써서 관리하는 곳을 지나 걷다가,


12시5분에 소광리 본류인 대광천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는 곳에 이르러 도로로 올라서니 해가 뜨겁다.
대광천으로 좀 걷다가 도로에서 먼 계곡으로 들어가 불려둔 두 끼 현미를 버너에 올려두고, 땀으로 
젖은 옷 벗어 헹궈 뜨거운 바위에 널고, 땀을 씻고 점심 먹고 등산화는 배낭에 매달고 고무신으로 
갈아 신고 오후1시40분에 대광천 골짜기 물길 따라 첨벙거리며 올랐다. 



반시간 즘 걷다니 동그란 콘크리트 관 여러 개로 된 다리 지날 때 마다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 가득한 
가마니와 종이상자가 무더기로 쌓여있고, 계곡 가로질러 쳐놓은 빨래 줄도 그대로 두고 떠난 모습이
보인다. 차를 가지고 왔을 텐데... 상류에 마을이 있어서 물에 잠긴 바위와 자갈은 미끄러웠다. 






골짜기바닥에서 자라는 큰 소나무도 자주 보이고, 산으론 가득한 소나무 숲이 아름답다. 
걷다니 잔뜩 흐려져 산에서 시원한 바람이 내려오더니 천둥소리와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자주 들리고
오후2시45분 즘 비가 내리나 싶어 나무 밑에 피하다, 안 되겠다 싶어 배낭 싸고 우산 꺼내 들고 
다시 물길로 들어서 10분 즘 걷다가 도로로 올라서 걸었다. 






소나기가 마구 쏟아져 우산에 떨어지는 소리가 크고, 뜨겁게 달았던 골짜기를 식혀주며 반시간 가량
내리는데 시원하게 걷다보니 배낭에서 흐르는 물로 바지가 젖는다. 대광천 옛 화전민 이주단지에는
빈집이 많고 새로 지은 민박과 집도 보이는데, 비가 그치지 않아 마지막에 나무로 새로 지은 집 추녀
아래 평상에서 쉬다 보니, 건너편 산에 피는 운해가 좀 보인다. 다시 우산 들고 잠시 밭을 지나 걷다 
골짜기로 내려가니 맑던 물이 흐리고 불어났지만 조심조심 물길 따라 나무지팡이로 의지하며 거슬러
오르며 몇 번 건너는 물살이 사납고 차갑다.

그렇게 오르다 4시 즘 서쪽에서 합쳐지는 지류 지나다 생각나 지형도를 보니, 그곳으로 낙동정맥
오르려 하던 곳이라 도로로 올라서니 다리 옆에 뭔 건물인가 있어 갔더니, 그 500년 되었다는 
금강소나무와 금강소나무전시실이 있다. 

1982년에 조사하니 500년 되었다는 소나무, 조선 성종시대에 태어났다는 특별 보호수 란다







금강소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보통소나무와 금강소나무로 벽체를 만든 작은 집인데 들어서니, 와!!!
그 소나무향기가 어찌나 좋던지... 금강소나무가 한쪽에 쌓였고 아름드리 통나무를 나이테가 잘 
보이도록 잘라서 보통소나무와 구별되게 전시해 두었는데 확연히 달라 보이고, 그 금강소나무를 
가져다 의자로 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여 보았다. 

대들보에 2004년 7월 16일 날짜를 보니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소나무 향기가 이렇게 짙구나 싶다.
가끔 도시에서 지나치던 아가씨들의 향수향기 보다 소나무의 향기가 몇 곱은 더 내 마음을 유혹하는데...
오늘밤은 여기서 자고 내일아침 일찍 정맥 넘어서 문지골을 걸을까... 여러 번 생각하였다.
하긴 밤에 폭우라도 내린다면 내일 그 골짜기 걷기가 위험할 거니 여기서 자고... 아니 야... 

이래저래 고민하다 처음 생각대로 하기로 하고, 흙과 오물이 달라붙은 고무신과 바지를 씻으려고
오르려던 다리 옆 골짜기로 가니 그사이 황톳물이 엄청나게 불어났는데, 아무래도 골짜기 물길 따라
걸을 수는 없으니 또 여기서 잘까, 산상에 올라 잘까 고민하다 지형도 보며 능선으로 올라 임도 
만나서 삿갓봉 오르기로 하고, 등산화 갈아 신고 마지막으로 500년 된 금강소나무 보고, 좀 멀리서
천둥 벼락소리는 계속 들리지만 5시에 우의 덮어쓰고 양쪽골짜기 사이 능선으로 들어섰다.

금강소나무 숲을 지나 능선 오른쪽은 몇몇 그루 나무만 남기고 베어내서 훤하고 길도 잘 나있어서 
오르다 10분도 안되어 덮어썼던 우의는 벗고, 건너편 산기슭으로 운해가 피는걸 보며, 오르며 삿갓봉 
정상야영이 어떨까... 소나기 내리거나 공터가 없으면 어쩐다... 5시40분에 임도를 만나니 반갑다. 



크고 작은 여러 지능과 골짜기 돌아서다 식수 담으려고 배낭 내리니 웬 피서객의 차가 와서 덕구온천 
가는 길을 물으며 그들의 지도를 보여주며 917번 도로로 들어왔다는데... 하! 참 그곳은 해발900m 즘
인데... 그래서 이 도로는 917번이 아니고 산악임업도로 라고 몇 번 얘기했지만 가 본다고 하여, 
두세 시간 동안 차로 가도 계속 산자락을 돌아다닐 거라고 얘기하여도 가본다며 갔다. 

작은 골짜기에서 졸졸 흐르는 낙엽 썩은 물인 듯 연한 황색이지만 어쩔 수 없이 두 번 담았다가, 
걷다 마지막 좀 큰 골짜기에서 흐르는 맑고 많은 물이 흘러 다시 담느라 시간만 가고, 6시50분에 
그 골짜기로 잠시 들어서서 왼쪽 가파른 산비탈로 올라 능선에 이르러 오래된 임도 지나, 능선 따라
서쪽으로 한동안 헉헉거리며 오르다니 정상부근이 초목과 넝쿨이 가득하여 좀 돌아서 비집고 
올라서니 삿갓봉 정상 보도 불럭이 깔린 헬기장이고 7시30분이다. 

빗물로 잔뜩 젖은 수목과 온몸은 땀으로 젖었는데 어떻게 잠자리 만든다... 
사방으로 둘러선 키 작은 나무와 풀들뿐이라 천막을 매 달수 없는데 어찌하나... 잘고 곧은 나무 
6개 잘라 지팡이와 함께 양쪽에 3개씩 세워 묶고 가운데 하나 올려 연결하여 대충 비닐을 덮어 
묶으니 밤에 이슬이나 소나기는 피할 수 있겠더라. 우의 바닥에 깔고 배낭 정리하니 마음 놓인다.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미역국 끓여 저녁 먹고 소변보러 나가니 맑은 하늘에 은하수와 별이 무척 많아
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 별 보며 잠들고 싶은데 혹 비라도 내릴까... 가스등 빛 따라 
갖가지 벌레가 찾아든다. 9시 지났다. 아침에 캔 더덕 안주로 술을 더 마시다 취하여가니 배부르고, 
가스등 끄고 기분 좋게 잠들었다.






10일 
잠이 깨니 02시 반이다. 
반이 차지 않은 달이 떠서 별이 덜 보이지만 그래도 많다.
밖으로 얼굴만 내밀고 누워 하늘을 보다니 별똥이 짧게 두 번 지나가고, 짐승 울음소리도 들린다.
얼마나 행복 한가 저 하늘에 별도 달도 없이 새까맣다면 두렵고 쓸쓸할 텐데, 여리지만 푸른빛이
느껴지는 하늘에 별과 달이 있어 아름답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곳 낙동정맥 해발1119m 삿갓봉
정상에 올라 잔 게 좋다. 나는 참 좋은 시절에 태어나서 이 좋은 환경의 지구에서 오늘 이 밤하늘을
봄이 내 부모와 조상께 고마운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1990년 12월 덕유산 처음 오르며 하늘에 별을 
보며 아는 이름 하나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도 그렇다니... 별 하나 마음에 두지 못함이 
외롭고 쓸쓸하지만 별과 달을 보며 이 산상에 누워있음이 참 행복하다...

04시 지나서 현미를 버너에 올려두고, 널어둔 옷과 양말이 가스등 열에 좀 마르고, 하나하나 풀었던 
짐을 배낭에 정리해 넣으며, 날 밝을 무렵엔 맑던 하늘에 구름인지 운해인지 안개인지 가득하였고, 
밤새 바람 없이 조용하더니 이슬이 잔뜩 천막에 내려앉은 물기 털어내고, 미역국으로 아침밥 먹고 
06시10분에 내려섰다.

전날 오르다 본 생각나서 능선왼쪽으로 좀 내려가니 바로 임도이다. 
잠시 따라 걸으니 도로는 능선을 넘어 내려가고 왼쪽능선 따라 정맥종주 표시기가 많다.
어젯밤 잤던 곳이 삿갓봉 정상 맞는 걸까 하는 의문으로 정맥 따라 걸으며, 숲 사이로 주변 
지형을 살피다가 다시 그곳 임도로 돌아 올라가니 30분이 지났다. 



07시에 도경계선 정맥에서 벗어나 강원도로 그 도로 따라 내려가니 용소골과 문지골 사이 정맥에서 
갈라진 능선으로 이어지고 광산가는 도로였다. 어렴풋 옛 기억도 나는 듯 하고, 어디서 문지골로 
내려가나, 몇 굽이돌아 걷다 07시15분에 큰 소나무 몇 그루 자라는 작은 능선으로 들어서 숲 헤집고 
내려가다가 07시30분에 물을 만나 시원하게 받아 마시고, 세 번째 골짜기 물길 따라 걷기를 하였다.



길 없는 골짜기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걷는데, 크고 작은 나무가 넘어져 이리 저리 피하거나
넘어가고 쪼그리고 앉아서 지나 걷다가, 한 번은 밟았던 바위가 움직여 다리가 풍덩 빠지며 넘어져
무릎까지 젖어 그대로 등산화 신고 첨벙거려도 되면 물로 들어가 걸으며, 물 흐르는 소리만큼 크게
울어대는 참매미의 소리 들으며 한동안 걷다니, 08시 지나서 아마 낙동정맥에서 바로 내려온 듯 한
표식이 몇 게 보이고, 08시30분에 6폭포 위에 이르렀다.



지난 이틀간 힘들었는지 좀 피곤하여 쉬다가, 폭포 왼쪽 길 따라 올라 내려가 작은 물줄기 건너 다음
능선 넘어서 내려가니 폭포 좀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배낭 두고 폭포 앞으로 다시 올라가니, 폭포 
위에서 오른쪽으로 바로 6폭포 앞으로 내려올 수도 있었는데 돌았다. 깊고 깊은 산골에 꼭꼭 숨겨진 
폭포라는 느낌이고,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세상에 덜 알려져 깨끗하고 보는 마음이 시원하다.






6폭포는 밑에 작은 폭포 하나 더 있고, 폭포 사진 찍고 내 사진하나 찍으려고 몇 번이나 찍으려다 
충전지가 달아서 자동으로 꺼지는 바람에 배낭 둔 곳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서 찍느라 30분이 지났다. 



내려와 골짜기 이쪽이나 저쪽으로 표시기와 사람들 다닌 흔적은 있지만 되도록 물길 따라 걷다가 
위험하면 그 길로 들어서서 걷기도 하였다. 






5폭포는 맨 위 작은 폭포와 가운데 폭포는 설악12선녀탕의 한 폭포처럼 둥그런 큰 바위에 쏟아지고,
산자락으로 돌아서 내려가 세 번째 폭포 앞에 오르니 너럭바위로 밤에 폭우만 내리지 않는다면 야영
하기 참 좋은 곳이라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다음에 와서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 여러 번 하였다.









골짜기는 넓지 않아 물길에 울창한 숲 그늘이 내려 계곡물이 차서 물길 따라 걸으니 시원하다.



이 폭포 다음 굽이 왼쪽바위벽으로 가느다란 밧줄이 매여 있어 잡고 조심조심 올라서 내려갔다.
등산 안내도엔 7개 폭포가 있다고 기록됐지만 더 구별 하지 못하고 크고 작은 폭포 지나다가, 11시
반에 한 폭포 앞에서 점심 먹는데 마늘이 어찌나 맵던지 눈물 흘리며 먹고, 12시에 다시 걸었다.












잠시 걷다니 저 앞에 몇 남자들 알탕 모습이 보인다. 지나다니 일행이 있나 물으며 있으면 옷 입는다며, 
들어오라지만 시간이 없어서... 






햇볕을 받은 바위는 뜨겁고, 몇몇 폭포와 양쪽바위벽 사이 좁은 틈으로 이어진 골짜기를 지나 
다음 폭포 앞으로 내려가니 골짜기가 넓어지며 저 앞으로 덕풍마을이 보이고 그 폭포가 마지막 
이다. 오후1시라 이 즘에서 땀이라도 씻고 나가자며 폭포 앞 큰 바위 뒤 그늘에 배낭내리고 
땀 씻고 보니, 작년9월에 대형마트에서 산 값싼 등산화라 손이 쑥 들어갈 정도로 밑창이 갈라졌다. 

눈부시고 뜨거운 햇살 내려 꽂히는 넓어진 골짜기를 10분 즘 지나 덕풍마을에 가니 1시40분이다.
민박과 몇 대의 차와 텐트만 보이고 사람들은 안 보인다. 지형도로 머리에 햇살 가리며 자갈과 모래로 
새로 만들어진 무척 뜨거운 열기 가득한 도로를 걸으며, 새로 놓인 철다리도 두개 건너며 버릿교 
지나 있던 산기슭으로 길게 놓였던 철다리도 없어지고, 도로를 만들어 덕풍마을까지 이어졌다. 



석축을 쌓은 도로변 공터마다 차를 세워두었고 물가에 텐트와 사람들이 자주 보이고, 두 번째 걷지만
짙은 초록의 수림 가득한 높은 산자락에 깊은 골짜기 굽이굽이 돌아서며 크고 작은 바위와 소가 많고
깨끗한 물의 계곡이 더웠지만 보며 걷는 마음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서두르면 태백에서 6시 지나서 있는 기차 탈 수 있을 듯 하다. 한 마을 앞 철다리 건너 거의 
덕풍골짜기어귀 주차장이 가까워 2시45분 즘인가 지나가던 차가 멈춰서 어디 가냐고 물어 얘기하니
타라는데, 탈 생각이 없는데 타고 보니 운전사 혼자이고 충주로 가는데, 전에 가리왕산 갔다가 
피곤하여 지나가는 차 세웠더니 한 대도 안 서 더 라는 얘기를 한다. 

그런저런 산 얘기하며 신리와 통리 지나 송이재 넘어 3시 반에 내려 태백역으로 가서 고무신으로 
갈아 신고 너덜너덜해진 1년 신은 등산화는 그곳 쓰레기통에 버리고, 4시27분차 입석으로 객실 밖
넓은 곳에 앉아 오다가 어딘 가서 한 남자가 도시락 가지고와 옆에 앉아 먹으며, 산에 갔다 오나 물어
얘기하다 늘 산에 가면 술이 모자랐었는데 이번엔 남았다며 배낭에 술을 드리려니, 안 마신다며
조금만 달라고 한다. 일산에 사는 몇 살 많은 사람이다.

그렇게 얘기하다 배낭에 남은 술은 거의 나 혼자마시고, 산 다니며 기억에 남은 여러 가지 얘기를 
하며 그 사람이 산 캔 맥주 하나 작은 잔에 나누어 마시며 돌아왔다. 


철길로 다니면 위험하다는 얘기나 글귀를 참 자주 보고 들었지만 이번에 체험하니 되도록 철길로 
다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했다. 첫날 낙동정맥 해발1336.3m 뾰족 봉우리 동쪽으로 전망 좋은 산상에
오르니 아무런 불빛도 보이지 않는 깊은 산중에서 쉬다가 잠들 수 있어 참 행복했고, 물길 따라 
걸으며 자주 훌렁 벗고 들어가 몸 식히던 소광리 계곡, 소나기 쏟아지던 그 골짝 길 걷던 생각도 오래
기억에 남을 거다. 그리고 500년 된 금강소나무와 지친 몸과 마음 편하게 해주던 전시실의 소나무 
향기가 참 좋았다. 다음 날 한밤 잠깨어 천막 밖으로 얼굴 내밀고 누워 반시간가량 보던 달과 별도 참
아름다웠다. 문지골 상류 깊은 산중에 꼭꼭 숨겨진 첫 폭포의 시원하고 신비스럽던 모습도 본 
아름다운 산행이었다. 

2004년 8월 14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