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대봉(燭坮峰 1190m)
2004년 7월 18일
울진 소광리와 낙동정맥 삿갓봉 넘어 삼척 덕풍 문지골에서 자고 풍곡으로 걸으려다가
장마폭우로 가지 않았더니 아쉬워지는 생각으로 전에 가고 싶던 가까운 촛대봉으로 가게 되었다.
03시 즘 잠깨어 작은 배낭지고 05시에 전철역으로 걷는 새벽하늘에서 몇 개의 비가 내린다.
귀를 막고 자다가 깨다가 청량리역 광장에서 07시에 가끔 동행하는 임 동규 씨를 만나 길 건너
백화점 앞에 가니 마침 1330번 좌석버스가 와서 타고 물으니, 청평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라서 요금 함에 손을 넣어 천 원짜리 간신히 빼내고 400원 달라고 해서 내렸다.
다음에 오는 버스도 안가고 기다리다 오는 1330번이 가평에 목동으로 간다하여 맨 뒤에 앉아
김밥에 소주 1병마시다니, 운전사는 아침부터 술 냄새 풍긴다고 자기도 해장술 할 줄 안다며
짜증스럽게 얘기한다. 그 버스는 07시40분 즘 출발했고 첫 버스는 1시간 전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저런 사는 얘기하며 지루하게 대성리와 청평과 가평을 지나 목동리엔 09시30분에 내렸다.
장마 끝나는 날 구름이 내려와서 산에 멈췄고, 마을과 골짜기 곳곳에 흐르는 물이 보이는 젖은
아스팔트 길 걸으며 몇 번 손을 들어보며, 언덕 넘어 내려가는 도로 오른쪽으로 어느 나라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두 나라의 참전 기념비를 지나, 북배산 어귀 선황당 마을 지나는데 비가 조금씩
뿌려진다. 홍적리 가는 버스가 08시50분 즘에 있었는데 아침에 늦어서 못 탔더니...
걷다가 하남종 마을 지나서 작은 트럭이 멈춰서 짐칸에 타니 화악골짜기 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화악초교 앞 삼거리에 내려 신당교 건너며 홍적리에서 내려오는 물과 합쳐지는 화악계곡을
내려다보니 그 맑고 찬 물에 몸을 담그고 싶더라. 산골마을과 작은 산업단지를 지나 걸었다.
아랫 홍적마을 지나걷다 걷다가 늦어져서 가까운 산 오르자며 가덕산 오르는 골짜기어귀에서
5분만 더 지나가는 차 세워보다 안되면 가덕산으로 오르자며 기다리다니, 한 승합차가 멈춰서
반갑게 인사하고 타서 홍적리 버스 종점을 지나 해발 400m 홍적고개 올라 내리니 11시다.
오른쪽으로 몽덕산 가덕산 북배산 등산안내도가 있다.
왼쪽으로 촛대봉 들머리 표시판엔 정상이 5.8km 이고, 도경계안내판도 있는 안개 자욱한
홍적고개에서 좀 올라가 공터에 배낭을 풀고 소주 1병에 점심 밥 먹으니 30분이 지났다.
주능선 따라 몇몇 봉우리 넘어서며 오래된 듯 한 방화선에 키를 넘게 자란 억새와 풀과 잡목에 잔뜩
내려앉은 구름의 물방울이 맺혔다가 소나기라도 내리는 듯 온몸을 적시고, 산 능선을 타고 구름위로
오르는 듯 하얀 안개 속으로 잔 나무와 무성한 풀을 헤집고 끝없이 오르는 능선에 가끔씩 정상과
지나온 고개까지 하산 거리가 표시된 안내판이 반갑기만 한 능선을 1시간 반 즘 오르니 방화선이
끝나고 큰 나무숲속오솔길이 이어지니 반갑다.
걷다가 능선에서 잠시 벗어나 비탈로 내려가 더덕 두 뿌리 캐서 싸리나무와 풀잎에 물방울로 씻어
웃옷 주머니에 넣어두니 더덕향이 자주 정상에서의 술을 생각하게 하고, 걷다니 해발990m 즘
능선에 오르니 정상1.4km와 왼쪽능선으로 화악리 내려가는 길 안내표시가 있다.
한동안 오르며 바위 지나다 올라 사진도 찍어보며, 정상이 느껴지는 안개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정상 가까웠음이 느껴지고, 잠시 후 한 순간도 걷히지 않는 구름 속으로 오른 정상 큰 간판에
'촛대봉 정상 입니다.' 라는 글자가 보이고 집다리골 휴양림으로 능선 따라 내려가는 길만 표시됐다.
오후2시25분이다. 춘천호와 화악산 응봉 명지산 가덕산 북배산 주변 여러 산과 골짜기의 옛
기억들을 다시 보고 싶은데 하얀 구름 만 가득하다. 더덕과 식빵을 안주로 소주 1병을 나누어
마시는 술 맛도 좋고 사진 몇 장 찍어두고, 2시55분에 등산로 없다는 북쪽능선 따라 응봉으로
가는 길로 좀 내려가 첫 안부에서 길 없는 서쪽산비탈로 건들내 마을동쪽골짜기로 내려섰다.
처음엔 초목이 없어 쉬 잘 내려섰는데 200m 즘 지나자 점점 초목과 넝쿨이 많아져 빈틈을 찾아
내려서다 한 번은 바위절벽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서기도 하며, 점점 물소리가 크게 들리고
첫 계류 합수지점에 5미터 높이의 폭포 앞에 내려가니 장맛비로 불어난 물 떨어지는 모습이 웅장하고
무척 시원하다. 지나서 좀 아래 작은 폭포 하나 더 지나 간신히 그 흔적만 보이며 조금씩 남겨진 옛
임도를 걷기도 하며, 한맥 산악회 표시기가 딱 하나 보이는 계곡 이쪽저쪽으로 초목과 넝쿨 사이
빈틈과 간신히 흔적만 남은 오솔길을 찾아 한동안 내려오니 새로 만들어진 임업도 이고 반갑다.
4시25분이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시선을 피하려고 계곡으로 좀 들어가서 배낭을 풀고
버너에 물 올려두고 젖은 옷 다 벗고 혼자 큰 선녀 탕에 들어서니 좋다. 무지 시원하다.
땀과 젖은 마음 모두 흘려보내고 하얗게 쏟아지는 물줄기에 등을 대고 서니 느껴지는 괴이한
감각이 즐겁기만 하다. 여유 시간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라면에 참치를 넣었더니 맛이 특이하다. 아쉬운 건 소주가 떨어졌다는 것 뿐 모든 것이 좋다.
배낭 챙겨 다리로 올라 사진 두어 장 찍어두고 5시25분에 임업도 따라 내려걸었다.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다. 뻔히 알고 있던 산판도로를 따라 걷다가 보니 화악리 계곡 도로가 빤히
내려다보이는데 도무지 임도는 굽이굽이 골짜기와 산모퉁이를 돌아서고, 30분이면 갈듯하던 버스
종점에서 6시에 있는 버스는 못 탈 듯 하게 되고 하나 만 더 돌아보자며 걷다가 6시 즘 또 임도를
벗어나 능선으로 10분을 서둘러 내려서니 깨끗하게 씻은 온몸이 또 땀으로 젖었고 도로이다.
군부대 앞을 지나 화악리 중간말 버스 종점에 가니 6시15분이다.
한 순간의 착각으로 늦어서 버스 못 타고 불어난 화악계곡 물에 들어가면 시원할 듯한데... 물 따라
잠시 걷다가 내려오는 첫 승합차를 세웠더니 멈춰서 타니 마침 목동으로 손님 데리러 간다는 아마
민박주인인 듯 하고 고마웠다.
그렇게 화악계곡을 빠져나가 목동정류소에 가니 마침 6시40분에 백둔리에서 나오는 버스가 있어서
타고 가평역으로 나가 기차표 찾아서 배나무와 포도송이를 싼 하얀 봉지가 주렁주렁 달린 포도넝쿨이
있는 기차 타는 곳에서 캔 맥주 하나씩 마시며 기다리다 7시15분에 탔다.
아침에 첫차 못 타고 1시간 뒤 버스 타서 늦어지니 내내 시간에 쫒기며 다녔지만, 산 오르며
내려서며 하얀 안개 속에 좁은 숲만 볼 수 있는 산행이었지만, 정상에서 더덕 안주로 마신 술도
좋았고, 인적 없는 깨끗한 계곡 선녀 탕에 모든 걸 벗고 들어서니 축축하게 젖었던 몸 깨끗하여지는
시원한 느낌과 살갗으로 지나가던 찬물의 부드럽던 느낌이 초복인 지금도 느껴지는 듯하다...
다음엔 여유 시간을 가지고 가서 다시 그 물살 느끼고 싶다.
2004년 7월 20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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