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촛대바위와 해암정, 강릉시 정동진역과 낙가사(洛加寺)

1996년 6월 16일 
15일 토요일저녁에 늘 그렇게 중형배낭을 챙겨 메고 집을 나섰다. 77번 버스를 좀 늦어서 못타 걸어서
안산역으로 가서 늘 가던 제과점이 아니지만 모카 빵을 사서 전철타고 자다가 청량리역 광장으로 가니
밤9시30분이고, 기차표가 하나 남아서 파는데 시간이 걸리고 기다리다 PC통신하이텔 홀로서기 김 경숙
씨와 그의 친구 박 영순 씨와 회사후배 최 근석 씨를 만나서 인사하고, 무궁화기차타서 지형도보며 갈 
곳을 얘기하다니 10시30분에 출발하고 후배는 두 아가씨와 재미있게 얘기하고 옆에서 난 가끔 웃기만
하였다. 

그리고 술을 각자 마실 수 있는 량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나 혼자 가지고 갔으니 모자랄 건데 다행인건
두 아가씨가 안 마신다하여 잘 됐다하였지만, 둘이서 마시려니 좀 마음이 그렇지만 드라이진+사과술+
체리소주+토닉워터를 섞어서 맛이 쓰지 않게 한700미리 리터를 마시다 맛이 좋아서 다 마셔도 취하지
않아 캔 맥주를 하나씩 더 마시며 그런저런 얘기하며 자주 웃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자정이 지나 01시 
즘 의자를 제자리로 돌려서 잠이 들었다.

16일
자다 깨어보니 04시 반쯤이고 차창 밖으로 모내기한 논에는 초록빛이 어울려지고 새벽날씨는 흐리다.
차창에 흐릿하게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초라하고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뒷산에는 초록이 무성하다.

동해역에 내리니 택시기사들 인상이 좋지 않다. 화장실 갔다가 혼자 다니면 거의타지 않지만 택시타고
10분정도 가서 메타요금대로 받겠지 생각했는데 요금이 만원이라나, 하! 바가지가 나 참 x같은 x놈이
라는 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으로 한동안 마음이 씁쓸하였다. 지형도상에 거리는 6킬로인데 그
거리면 3000원이면 되는데, 많아도 5000원이면 될 거니 생각하였는데 만원이라, 기본요금거리 2.5km와
거기에 250m에 100원이면 5km면 2000원이고 그러면 5000원이면 되고도 남을 거리인데 말이다.

촛대바위 옆 해수욕장에는 일출을 촬영하려고 삼각대 세워두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잔뜩 흐려
해 뜨는 건 볼 수 없고, 아! 해암정이 어디 있을까하며 멀리 남쪽산자락끄트머리에 정자처럼 보이는 게
있어서 해수욕장을 걸어가며 보는 그 새벽5시반에 보는 바다는 신비롭다. 그런데 가다가보니 해암정이
아니고 군 시설물인 듯싶어 돌아서서 촛대바위를 보려고 걷다 낮은 산으로 올라서 본 촛대바위와 바위
기둥들이 숲에 나무처럼 많고, 맑은 바다에 물속은 바닥까지 내려다보이고 누군가 영화에서처럼 뛰어
내려 보라 한다. 그리고 뽕나무에 오디가 까맣게 익어서 따먹으니 맛있고 내려가니 해암정은 근처에
있는데 낡아 초라하게 보여 실망이다. 
 
해암정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다음 작은 산으로 올라가니 군인이 나가란다. 그래서
밭을 가로질러 나가는데 간밤에 내린 비로 황토 흙이 신에 덕지덕지 붙었다. 모두의 신이 무거워지고 
바짓가랑이는 황토 빛으로 물들었다. 간신히 내려와서 농막 있는 곳 뽕나무에 오디가 많이 달려서 좀
따 먹으며 이거 따다가 술 담그면 좋은데 싶다. 그 빛깔과 맛이 참 좋았다.

그리고 동해역에서 삼척시멘트공장으로 가는 철길에 올라서니 6시30분이고 동해역으로 걸었다. 7시10
분에 강릉 가는 비둘기호를 타야하는데 늦을 것 같아 철망울타리를 넘어 차도로 나가니 지나가는 차는
안보이고 6시50분까지 걷다가 버스 다니는 곳에 이르러 시내버스를 타고 7시에 동해역에 갔다. 화장실
에서 운동화에 황토 흙을 씻고 정동진 가는 비둘기차표 400원짜리 사니 후배는 캔 커피를 사왔다. 
두량의 비둘기호객차에 올랐다. 겨우 계획대로 하였다.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자리 잡고 유리창을 열어 바다바람이 들어오게 하니 시원한 바람과 커피와 과자
조리퐁을 먹으며 정동진으로 가는 완행열차가 묵호와 망상과 옥계와 여러 해수욕장을 지나며 바다에는
낮은 파도가 보이고 어촌마을도 지나고, 산에 다니며 자주 지나가기만하던 그곳에 한 번도 내려가서
바다를 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 바다에 가기로 했었다.

7시40분에 정동진역에 내리니 주로 젊은 여러 사람들이 많다. 철길 옆으로 해수욕장과 바다가 보인다.
그런데 바다는 저쪽으로 돌아서가야 한다하여 대합실을 지나 역의 수도에서 쌀을 씻고 식수 챙기는데
역무원이 다가오더니 요즘은 밖에 나오면 남자가 그런 거 하냐고 묻는다.

좀 걷다 역 옆 철길 밑을 지나 모래밭으로 걷다 파도치는 옆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밥 짓고 감자를
바닷물에 씻어서 찌개 끓이고, 가게로 가서 소주 한 병사고 종이상자를 가져다 깔고 음식 차리고 둘러
앉았다. 밥도 잘되었고 찌개도 맛있고 근데 소주 맛은 쓴맛이 이상하다. 그런 곳에서는 맛있는 게 정상
인데, 그리고 돼지고기도 구워먹다니 비가 좀 내려 우산 꺼내들고 밥을 먹으며 산에 갔다가 비가 와서
우산 들고 밥 먹던 얘기를 하였다. 

정동진역앞 바다를 보며 아침은 잘 먹었다. 바다를 보며먹는 밥이 얼마만인가, 그리고 부침개도 누군가
해 와서 잘 먹고 숭늉도 끓여 마시고 커피도 마시니 배가 불러 잠이나 자고 싶은 마음이지만 정리하고
배낭을 챙겼다. 해변을 걷다가 역에서 사진을 찍고 철길 위에 서서도 찍고 즐거운 마음이다. 










해안모래지대로 걷다니 바다는 작은 파도로 뭍을 그리워하며 끝없이 서성거렸다. 아무리 그리워하여도
다가설 수 없는 일일까. 일평생 그렇게 그리워할 게 있을까 우리는...

녹슨 철조망에 접근금지라는 붉은 글자판이 가끔 매달려있는 해변모래지대로 걸으며 하얀 조개껍데길
주웠다가 버리고, 까만 조약돌과 손바닥같이 큰 것도 주워들고 걷다가 사진도 찍으며 누군가 쉬자하여
모래더미에 나무작대기 꼽아두고 모래 퍼내기를 하는 두 사람이 초등학생처럼 웃기도 하는 걸보니 나
역시 그렇게 즐거웠다. 근석 씨는 모래에 동그라미를 그리고는 동전 던지기를 하잔다. 난생처음 그걸
하여 보았다. 잘되지 않지만 재미있다. 그런데 경숙 씨는 혼자 앉아서 바다를 보고 있다. 

또 해변으로 걷다가 보이는 군 막사에 커다란 탐조등이 보여서 군인이 있나하며 조심조심 지나가다니
아무도 없지만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철길로 올라가 걷다가 짧은 다리를 지나는데 두 아가씨가 못 
건너겠다고 하여 해변으로 내려갔다. 모래지대를 걷는 게 시간이 늦어져 자동차도로로 올라서 걸었다.
해안도로는 바다를 볼 수 있어서 걷는 게 지겹지 않고 나야 걷는 건 좋지만 세 사람은 힘들어 보였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였다.

안인진리의 낙가사(洛加寺)로 가는 길이 좀 멀었다. 등명해수욕장을 지나서 야트막한 고개에 올라서니
바다가 잘 보이고 한곳은 나무사이로 낭떠러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이 있어서 다들 내려다보며 감옥에서
바다로 탈출하는 그 영화를 얘기하였다. 그리고 낙가사 어귀에 등명약수 한바가지 마시니 차지는 않지
만 약수니 좋은 거라고 생각하였다. 

신에 황토 흙과 모래를 털어내고 천천히 절을 돌아보다니 스님의 얘기가 확성기로 조용히 흘러나오는
그 얘기가 참 듣기 좋다. 초여름햇살은 한낮이 되자 뜨거웠고 계획에 맞게 잘 다녔다. 사진 몇 장 찍고
도로로 내려가서 강릉으로 걸으며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고 택시도 없어서 근석 씨가 잘하는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타고 가자며 세우려했지만 관광지라 그런지 아무도 서지 않았다.

한동안 걷다니 승합차가 멈췄는데 타고 보니 성경책이 차안에 있다. 강릉시내 남대천에 이르러 내려서
택시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오후2시표사두고 식당에서 비빔밥을 먹고 버스타고 모두 잠을 잤다. 
그리고 장평터미널에 들렀다가 달리다가 둔내 휴게소에서 쉬다가 또 달리는데 꿈을 꾸었다. 버스 타고
가는데 차비를 동전으로 줬는데 또 달라고 한다. 그리고 또 이상한 꿈을 꾸다가 깨어서 오징어와 빵을
먹다가 안산터미널에 내리니 6시45분이고, 중앙역 앞에서 팥빙수 먹고 헤어져 집으로 오니 저녁8시다.


PC통신으로 알게 된 두 사람과 회사의 후배와 바다로 여행가서 오래 바다를 보며 즐거운 하루였다.
마음이 참 시원했고 해변에서 소주도 맛이 썼지만 참 좋았다.

2002년 11월 20일 옮김, 2011년 7월 1일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