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가수리에서 동강 따라 칠목령을 넘어 영월 문산리까지 걸었다

 1999년 4월 4-5일 
 3일 오후5시15분에 초등학교동창 고 창규 씨와 청량리역에 가니 창구마다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 맨 뒤에서 반시간 즘 기다리다, 7시 비둘기호 원주까지 7장 샀다.

 그날은 하이텔 홀로서기 이 영란 씨와 정 만섭 씨, 정 충희 씨, 이 광호 씨와 서울에 사는 
 초등학교동창을 만나 7명이서 6시 지나서 승강장에서 만섭 씨가 사 오신 칠면조고기로 소주를
 몇 잔씩 마시며 친구와 홀로서기와 인사 했다. 청량리역 승강장에서 술 마신 건 처음이었다.

 비둘기호객차에 올라 소주 좀 더 마시다니 출발시간이 되어 승객들이 가득 찼고 특정통일호
 기차는 출발했고 역이라고 하는 곳은 다 정차하며 종착역인 원주에 21시33분 도착했다. 

 원주역 광장한쪽 조용한 곳에 가스등을 켜고 물 끓이고 광호 씨와 충희 씨는 삼겹살과 만두
 기타 필요한 식품을 구입하러 갔다. 만두와 라면을 먹고 커피 한잔씩 마시고 11시 즘 정리하고 
 대합실로 들어가 증산까지 좌석3장과 입석4장을 구입하고, 대합실 긴 나무 의자 사이에 가니
 동전 소리가 한 동안 손에서 들린다.

 원주에서 11시57분 무궁화호열차에 올랐다. 3, 5, 6호차에 좌석이 하나씩이라 좌석을 옮겨 
 모여서 팩 소주를 몇 개 비우며 얘기하였고, 맥주를 또 마시고 좀 지루하게 갔다. 

 4일 
 02시15분에 증산역에 내리니 비둘기호 꼬마열차가 옆 홈에 기다려서 바로 타니 전철 의자 
 같은 객차였다. 서울에 사는 동창이 술을 달래서 팩소주를 꺼내주니 마신다. 02시30분 출발했고
 차장이 맨 뒤에서 타고 온 무궁화호승차권 받고 비둘기호승차권을 매표하는데, 술에 많이 취한 
 서울에 사는 동창에게 그 승차권 달라고 하니 없다하여 몇 번 달라하니 주머니에서 꺼내며 
 기분 나쁘게 말한다.

 별어곡역에 정차했다가 다음 선평역에 정차했을 때 맨 뒤에 앉았던 배낭 진 사람들 6명 내리어
 승강구 문 열고 하이텔 금수강산에서 왔나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그들은 선평역에서 동강으로
 걷는다고 한다. 기차는 정선역으로 달렸고 만취가 된 친구는 나에게 잔뜩 화가 난 얘기를 한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목소리는 점점 커 간다. 좀 들어보니 만섭 씨에 대한 얘기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난 지 얼마 안 지났고 서로 인사하고 별일 없었는데 뭐 때문인지 모르겠더라.

 03시10분에 정선역에 내려 대합실에서도 그 서울 사는 동창은 잠시 시끄러웠고 만섭 씨에게 
 반말을 하니 만섭 씨도 참기 어려워서 화를 내는 걸 밖으로 나가자며 나갔다가 창규 씨와 
 대합실로 들어가니 그 동창이 돌아가겠다고 하여 증산 행 비둘기호차표와 원주행 차표를 사고
 기차 비 쓰고 남은 회비를 계산 해 주었다. 대합실을 나가서 버스터미널로  걸었다. 
 한동안 우린 뭐 때문에 그런가 얘기 해 보았지만 모르겠다. 
 정 만섭 님께 난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일행은 6명이 되었다.

 강을 건너 걷다가 정선터미널로 가니 04시고 대합실은 따뜻했지만 잠시 지나니 추웠다. 
 버너를 꺼내 물 끓이고 커피 마시다 전등스위치를 찾아서 켰다. 06시20분에 동강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어 기다리며 아침을 해 먹으려다가 경치 좋은 동강에 가서 해 먹자 하였다.

 창밖이 훤해지고 06시 되니 운전사들이 2층에서 돈 넣는 통을 들고 내려와 버스 시동을 걸었다.
 타니 밤새 썰렁하게 냉각된 버스는 차가웠다. 06시20분 출발해 시내를 돌았지만 아무도 타지 
 않았고, 조양강을 따라 용탄리를 지날 땐 도로오른쪽절벽을 내려다보니, 아 여기서 굴러 
 떨어지면 끝이겠구나 싶더라... 버스가 좀 달리니 따뜻해지고 모두들 졸았다. 
 난 마신 커피 때문에 전날 밤을 꼬박 새웠는데 졸리지 않았다. 

 동강이 시작되는 가수리에 내려 가수국교에 올라가니 580년 된 큰 나무가 운동장에 있다. 
 학교 뒤 화장실에 갔다가 식수를 챙기고 마시고 내려와 세월교 지나 좀 걷다가 강변 넓은 
 큰 자갈밭에 배낭을 내렸다. 나와 친구와 광호님은 땔나무를 주우러 다녔고, 만섭 씨와 충희 씨
 영란 씨는 밥을 하셨다. 다행히 땔나무가 많아서 따뜻하게 불 피우고 시원한 북엇국에 아침밥을
 잘 먹었다. 숭늉 끓여서 커피를 마시고 그리고 고구마 4개를 구웠다. 광호님은 사진 찍느라 
 바쁘시고 시간은 09시로 가고 있다. 

정선 가수리 강변에서 아침밥 먹고 이 광호 씨가 130만 화소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다



이 광호 씨가 이틀 동안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었는데 바이러스로 다 날렸다고 한다
 도로를 걷다가 강변 자갈 밭길로 걷다가 도로로 나가서 걸었다.
 가탄이란 마을에 이르러 쉬며 식수 담으러 가니 멧돼지 새끼 두 마리가 먹을 걸 찾아 먹고 있다.
 귀여워 보인다. 거기서 민박한 사람들도 많다. 집 뒤에 멧돼지 사육장도 있다. 동강을 따라 한 
 굽이 돌아가는 곳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작지만 폭포처럼 보인다. 

 걷다니 응달 한 곳엔 겨울에 내려쌓인 눈이 녹지 않고 그때까지 남아 있었다.
 하매리에서 쉬며 간식 먹고 다음 굽이를 돌아서 가니 번평에서 수동리로 건너는 곳엔 소나무로
 만든 섶다리가 보이고 사진 찍으러 온 사람들과 승용차가 많고, 섶다리는 한쪽이 끊겼고 솔잎은
 붉게 말랐다. 강 건너 수동이란 마을이 보기 좋다. 좀 걷다가 도로에서 번평 마을 올라가는 
 갈림길에서 잠시 쉬었다. 곳곳에 이동식 화장실이 설치되 있다. 강변도로를 걷는데 자주 
 지나다니는 차량들 비키기가 짜증스럽다. 강 건너 점재 마을이 보인다.

 오후1시 즘 납운교에 가니 대형관광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어 강변으로 간다.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장소를 찾다가 운치 분교로 가다가 원통 콘크리트 다리 옆에서 
 배낭을 풀었고 밥 짓고 참치 국 끓였다. 근데 그 바람이 얼마나 거칠게 몰아치던지, 
 최악의 식사 시간이다. 먼지가 한 번 몰아치거나 가끔 차가 지나가면... 그래서 광호 씨는 
 코펠에 물을 담아서 도로를 적시곤 했다. 

 쌀을 너무 많이 넣어서 밑에는 타는 냄새가 나고 맨 위에는 밥이 안 되어 몇 번 물을 더 
 넣어 가며 겨우 익혔는데 그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건 충희 씨가 말은 김밥이 맛 좋아서 이다.
 김밥을 맛있게 말아서 그 삼층밥을 맛있게 먹었던 거라 모두들 얘기했다.
 김밥 말은 거 3개 남았고 밥도 코펠에 남았다. 모두 배낭에 챙겨 넣어서 또 강을 따라 걸었다.

 나래소란 강이 굽이치는 곳은 바위 절벽이라 도로를 따라 작은 재에 올라서니 고성산성이
 보인다. 산성에 오르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 북쪽으로 백운산이 우뚝 솟아 보이고 오르고 싶어 
 잠시 보며 오르는 길을 찾아보니 나래소까지 뻗어 내린 산줄기를 따라 오르면 되겠다 싶더라.

 걷다가 모두들 졸려 산성 아래 도로를 걷다 물 마른 계곡 햇살 드는 따뜻한 곳 낙엽 위에 
 바위 위에서 한동안 잠을 잤다. 근데 가끔 바람이 불어서 추웠지만 다들 잘 잤다고 한다.

 산골을 빠져나가니 동강이 펼쳐진다. 강 건너는 제장이란 마을이다. 
 몇 사람들이 강 건너 쪽으로 소리를 지르다가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아마 배로 건너려고 소리친 모양인데 포기하고 떠난 듯하다.

 걷다가 제장에서 나오는 배가 있어서 기다리다 사람들이 내리고 물으니 강 건너는데 1인당 
 5,000원 이란다. 비싸서 근처 지리를 여쭤 보고 덕천 마을로 올라가지 않고 그곳 사람들이 
 알려주는 나루터 옆 경사지 오솔길로 산을 올랐다. 

 고도 차이는 180미터 거리는 500미터이지만 올라가는 경사가 심한 길이니 다들 힘들어했고, 
 만섭 씨는 낮잠을 안 잤으면 거기 오르기 힘들었을 거라 하신다. 헉헉거리며 두 번 쉬어서 
 해발430미터 산을 올라가니 원덕천마을로 돌아서 올라오르는 도로와 만났다. 다들 멀고 
 힘들어해서 여기서 내려가면 소사 나루터인데 배 만 건너 타면 된다고 했다.

 솔숲에 앉아 쉬니 땀이 식어 추워서 또 걸었다. 편한 마음으로 내려가는 도로 걷는 게 좋았다.
 지름길이 있어 내려가서 또 지름길을 들어가니 비탈 밭머리인데 소사리와 연포리 나루터 강변과
 절벽의 모습과 그 뒤 높은 산을 넘어 가는 해가 보이고, 그 모습이 좋아서 모두들 모여 앉아 
 간식을 먹으며 바라보았다. 광호 씨는 그 모습을 디지털카메라에 담기 바쁘셨다.
 그날의 목적지 민박 연포마을이 강 건너로 보인다. 나루터에 배 주인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내려갔다. 20킬로미터를 무사히 걸었다.

 쉬다가 소사리로 내려가니 마침 건너 연포 쪽에서 배를 타고 건너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줄을 당겨서 움직이는 배였다. 우리가 타고 건너는데 5분이 안 걸렸다. 친구가 배 움직이는데
 쓰는 3미터는 되는 나무 막대기를 강물에 넣어 보더니 다 집어넣고도 바닥이 안 닿는다고 한다.

 뱃삯을 얼마 드리나 물으니 알아서 달란다. 만섭 씨가 1인당 1,000원해서 6000원 드리면 되나니
 알아서 달란다. 난 아까 제장 나루에서 1인당 5000원 달라던 아저씨 생각이나 10,000원 드려야 
 되지 않나싶어 만원 드렸다. 거기서 민박이 300미터이라는데 걸으며 이제 오늘은 다 끝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고, 강을 따라 걸어 돌아가니 민박 예약한 연포상회라는 간판이 처음 보인다.
 시간은 오후6시 예정했던 시간에 도착했다.

 민박 앞으로 강과 절벽이 보기 좋다. 일소 기르는 우리가 집 한쪽 구석에 있고 작은 마당에 
 개가 두 마리 있고 옆엔 고추말리는 기계가 있고, 그 뒤엔 특별한 화장실이 있다.
 혼자 써도 되고 두 사람이 써도 되고 누군 4인용으로도 된다고 한다. 

 뒤엔 연포분교가 있다. 전화로 예약하던 안어른은 안 계시고 젊은 아주머니께서 방을 알려주셔서
 보니 6명이 들어가자면 딱 맞을 정도의 방이 두 개이고 왼쪽은 주방이고 오른쪽은 상회 방이고, 
 그날은 연휴라서 소주며 맥주며 담배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실에 배낭을 내리고 
 방을 하나만 쓰기로 했다 예약은 2개 했었는데 몇 사람이 오지 않았고 하여서
 그리고 모두들 피곤하다며 거실에 드러누웠다.

 마당 수도에서 충희 씨는 세수만 한다 물이 차서, 머리감고 발 닦다니 젊은 아주머니께서 
 욕실에 따뜻한 물이 있다고 하신다. 다른 일행은 그 따뜻한 물로 샤워까지 하셨단다. 
 피곤하니 좀 자다가 저녁 해 먹자는 걸 먹고 일찍 자자고 해서 거실에서 신문지 깔고 
 점심때 먹다 남은 김밥을 프라이팬에 구워 먹으니 참 맛있었다고 얘기 했다. 
 김밥을 구워서 먹은 건 모두 처음이라 했었다.

 삼겹살 구워서 내 배낭에 마지막 남은 소주 1병을 마시며 고기도 맛 좋고, 술 맛도 좋아서 
 3병을 더 사서 마시며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 나중에 주인 안어른께서 오셔서 잠시 안어른의 
 사시는 얘기 들었다. 전화 해 주시고 찾아 주셔서 고맙다고 몇 번 얘기하셨다.
 난 방을 2개 예약했는데 몇 사람 안 와서 방을 하나만 쓰게 되어서 죄송하다니 괜찮다고 하셨다.

 뭔 얘기를 했나 하나하나 다 기억을 할 수 없다. 첩첩산중이지만 강이 흐르는 더 없이 좋은 
 곳에서 하루를 쉬며 맛있는 삼겹살 구워서 마시는 술인지라 참 좋았다. 소주3병이 금방 바닥이
 나서 한 병 또 한 병 더 달래서 마셨다. 처음엔 내일 갈 길을 생각해서 적당히 마시고 싶었는데 
 술에 좀 취하니 더 먹고 싶었다. 그래서 딱 한 병만 더 마시자고 마셨다. 

 만섭 씨가 나 보고 술 취했어 하신기억은 난다. 그리고 기분 좋도록 취해서 몇 시였나 
 10시 즘인가 정리하고 방에 들어가 누우니 바로 잠이 들었다. 잠이 깨어 보니 창호지 문이 훤해
 시간을 물으니 06시30분이란다. 모두들 단잠을 잤다고 한다. 

 4월 5일 
 07시 모두 일어났다. 옆집에서 민박 한 사람들이 연포 나루터로 갔다. 
 아침에도 밥 짓고 참치 국 끓였던가, 밥 먹고 배낭 정리하고 설거지하고 전날 삼층밥 남은 건 
 참치 국 남은 거에 석어서 개밥으로 주었다. 방값과 소주1병에 1,000원씩 6병 계산하고 초코파이
 1상자 샀고 만섭 씨와 광호 씨는 담배 한 갑씩 샀다 

 아침9시에 강을 따라 걷다니 자갈밭 사이로 난 길을 걷다니 멀리 앞에 절벽이 보인다.
 어디로 간다지... 자세히 보니 절벽 뒤로 길이 보여 가니 오솔길이다. 올라가니 도로와 이어졌고
 반대쪽에서 오는 여행객을 만났는데 가이드 하는 이로부터 갈 길에 대하여 얘기 들었다. 
 가정 나루에서는 배 건너는데 1인당 500원이라 하니 모두들 나보고 돈 계산하는데 끼지 
 말라고 한다. 잠시 강을 내려다보며 도로를 걸었다. 

 가정나루터를 지날 때 래프팅보트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나루터 배는 건너편에 있고 염소 한 마리가 올라타고 있다. 거기서 강을 건너는 건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몰랐다. 좀 걸어가니 마을이고 아마 거북이 마을이라 하던 곳인 듯하다.
 길들지 않은 소를 앞에서 끌어서 쟁기를 달고 밭갈이를 하고 있었다.
 거기서 강으로 가는 길과 산으로 가는 길이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강 쪽으로 가 보아도 길이
 없다. 그래서 위쪽 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올랐는데 계속 산으로 오르는 길이라 멈춰서 
 강으로 내려가 보자고 강가에 내려가서 모래톱에 들어가 보니 강을 건널 배도 없고 강변으로 
 지도엔 표시된 오솔길도 없고, 도저히 강 건너거나 강을 따라 걷는 길은 없다.

 모두 모여 얘기해서 칠족령 오르기로 하고 내려왔던 오솔길로 다시 올랐다. 
 겨우 오솔길에 올라 쉬며 물마시고 생각하니 갈 길만 멀어졌다. 거기서 오르는 길은 경사가 
 심하더니 잠시 오르니 사람들 소리가 들리고 쉬고 있는데, 그 곳이 백운산에서 뻗어 내려 
 칠족령을 지나 연포 마을까지 이어지는 능선이고, 해발330m 능선 동쪽은 절벽이라 동강이 
 내려다보인다. 우리도 거기서 쉬어야 했다. 그냥 지나가면 후회 할 거니...

 소사리와 그 앞 동강과 절벽, 절벽 끄트머리 연포 나루터와 들어가 보지 못한 제장 마을이 한 
 눈에 펼쳐진 모습, 그 동안 동강을 따라 걸으며 본 모습 중에 제일 아름다웠다. 광호 씨는 전날
 마지막 찍었던 절벽의 모습을 다른 방향에서 또 찍었다. 남은 오이 3개를 반씩 나누어 먹었다. 
 왠지 그곳에 오래 있고 싶었지만 먼저 쉬던 사람들 떠나고 우리도 또 올랐다. 
 3굽이돌아서는 동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인데... 

 오르다니 나무 사이로 이번엔 가정 절매 문희 마을이 보인다. 그 역시 보기 좋았다.
 다시 5분 정도 오르니 이번에 모두들 와 하며 또 놀랐다.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다니...
 칠족령 정상 가까이 올라서 동쪽으로 난 절벽 맨 위가 전망이 잴 좋은 곳이다.
 절벽 아래로 제장 나루에서 시간이 없어 들어가지 못한 소동리 마을이 보이고, 마을 앞을 
 돌아 흐르는 동강과 제장 나루에서 올랐던 430m봉우리 소사리와 그 앞 절벽을 끼고 흐르는 강...
 좀 전에 본 그 모습이 다 보이는 거다. 광호 씨는 사진 찍기 바쁘셨다. 

 시간은 모자라지만 그래도 또 쉬기로 했다 너무 좋은 곳이니, 가정 나루에서 강을 못 건넌 게 
 오히려 잘 된 거였다. 그 모습을 안 보고 강을 건넜더라면 후회했을 거다.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때 동강을 걸어 다니며 본 모습 중 제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좀 올라가니 정상 오르지 않고 서쪽으로 난 길이 있었다. 

 문희 마을을 향해 난 내리막길을 걸으며 나무 사이로 강 내려다보며 걷는 건 참 즐거웠다.
 돌무지 하나 지나 산 비탈길을 걷는 경사가 심한 곳에 나무가 자라고 발아래로는 강물이 보인다.
 걷다 문희 마을이 보일 때 즘 앞에서 걷던 영란 씨가 지쳤는지 돌부리에 결려 넘어졌는데
 다치진 않았다. 

 천천히 느긋한 마음으로 내려가니 문희 마을이다. 12시 15분이었던가. 
 어딘가에 자갈밭에 샘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니 간이 건물 앞에 샘이 있어 근처에 배낭을
 풀고 영란 씨와 친구는 고기 구워서 점심을 먹었다. 다른 이들은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반찬으로
 점심을 먹었고 소주3병을 사 마셨는데 거기선 1병에 2,000원이란다. 

 광호 씨가 바빠서 일찍 나가려고 차편을 알아보다 방송국에서 나온 이들에게 물으니 도지사가
 온다고 촬영 나왔다고 한다. 좀 서둘렀다 버스시간에 맞춰야 하니, 그곳도 건너편 절벽이 
 보기 좋았다. 여름에 오면 좋겠다고 한다. 오후1시40분 식수를 담아서 걸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비포장 도로 걷는데 날씨는 맑아서 더웠다. 모두들 지친 모양이다.
 동강 따라 굽이굽이 돌아서니 가끔 래프팅보트가 지나간다. 다들 저거 타고 싶다는 얘기를 
 할 때면 저 사람들은 칠족령에서 내려다본 동강을 못 보았을 거라 했다.
 길가 산에서 물이 나는 곳에 종이컵이 있어 물을 마시니 시원했다.

 한 동안 걷다니 진탄 나루터 기화천이 동강으로 흘러드는 곳 수량은 많지 않았지만 신을 
 벗고 건넜다. 물이 찼다. 광호 씨와 충희 씨는 신 신고 그대로 용감하게 건넜다.
 건너서 양말 신고 신 신고하며 쉬었다. 지형도를 보니 걸어가야 할 거리가 얼마 안 남고 
 시간이 넉넉하니... 

 또 동강 강변 가까이로 난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니 오른쪽 바위산 주변에 진달래가 피었다.
 걷다가 또 쉬며 간식을 먹고 여행이 끝나가니 마음이 가벼웠다. 근데 마지막 또 오르는 길이 있다.
 등산화가 젖어서 벗고 걷는 충희 씨께 내 배낭에서 하얀 고무신을 꺼내 드렸다.
 문산 나루 바로 전 재에 오르니 와 또 좋은 곳이다. 마지막 동강이 내려다보이는 강에서 높이 
 50미터 정도 되는 절벽에 도로가 나 있다. 사진을 찍고 돌 하나 떨어뜨려 보았다.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광호 씨와 친구와 영란 씨는 마지막 까지 사진 더 찍는다고 늦게 내려왔다.

 슬슬 걸어 내려가니 문산 나루터가 보인다. 버스정류소 표시판이 있다.
 오후4시 예정한 시간에 문산 나루터에 도착했다. 버스는 4시20분에 올 거니 비료 쌓아 둔 곳에
 기대어 다들 졸며 기다리다니 먼지 날리며 버스가 왔다. 무척 낡은 시내버스다 요즘 보기 드문 
 사람들 다 타고 바로 출발했다. 

 문애리 질운재 장화동 거운리까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데 주변 모습은 보기 좋은데 낡은 버스
 털털거리는 소리에 잠을 못 잤을 거다. 거운교를 지나 관광버스와 사람들이 섭새 강변에 많다.
 조용한 아스팔트길을 가다가 보니 영월로 접어들며, 도로에 차량이 줄지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웬 일인가 하며 가만 생각해 보니, 단종제가 있는 때였다. 걸어가는 거 보다 더 느리게 움직인다.

 차비가 싼 버스로 제천으로 이동 할 생각이었는데 이거 기차 역 앞을 지나고도 막히니 버스 
 터미널까지 30분은 걸릴 거 같아서, 만섭 씨와 고민하다 운전하는 이 에게 물으니 장릉까지 
 막힌다고 한다. 그래서 17시35분 기차를 타기로 하고 내렸다. 역에도 사람들은 많고 입석을
 사서 5분 연착되어 오는 무궁화호를 탔다. 

 제천에 내려 기차표를 찾았다. 충희 씨와 광호 씨는 캔 맥주와 김밥 떡볶이를 사러 가셨다.
 대합실에 기다리다 누군가 아이스크림을 4개 샀다. 기다리다 19시04분 정동진을 다녀오는 
 관광열차에 올랐다. 입석이 없는 열차라 조용하고 좋았다. 

 맥주 김밥 떡볶이 먹고 마시다 다들 잠들었다. 차창밖엔 우리가 동강을 간다고 그 동안 참고 
 맑고 깨끗하던 날이 빗방울을 차창에 뿌린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연포상회민박 거실에서 삼겹살과 술이 참 맛있었다. 
 칠목령 올라서 모두들 와! 하며 감탄한 동강이 한눈에 펼쳐지니 아주아름다웠다. 
 여러 시간 걸어서 힘들긴 했지만 마음 맞는 몇 사람들과의 참 즐거운 여행이었다.  
 그때 이 광호 씨가 커다란 130만 화소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수없이 찍었는데, 얼마 후 홀로서기모임
 이던 가 만났더니 바이러스 때문에 사진을 다 날리고 몇 장 만 남았다며 집에서 프린트한 사진을 같이 
 갔던 회원들에게 나눠 준다. 사진이 없어져서 아쉬웠다. 

 2002년 10월 8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