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洛東正脈) 구간종주 2산행

1995년 2월 4-5일 
4일 토요일아침에 배낭 지고 집에서 나설 때 뭔가 허전한 마음에 뭐를 챙기지 않았나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아 그냥 회사로 출근했다. 

오후1시에 퇴근하여 수원역에 가니 오후2시고 기차 타고 창밖을 보니, 늘 밤차로 산에 가다가 낮차로
가는 느낌이 좋다. 동대구역에 내려 어디로 가야 동부 터미널인가 지도에서 보긴 보았는데, 
물어서 시내버스 타고 몇 정거장 가니 터미널이고, 표 자동판매기에서 울산 표 사서 나갔더니 
좌석이 없어서 다음 버스 기다리며 김밥을 사 먹었더니 맛이 없다. 

늘 그렇듯 맨 앞에 앉았는데 잠도 오지 않고 산행이 걱정이고, 그것은 그렇고 석남고개까지 못 가면
어쩌나... 그런 생각을 하다니 초순 달이 기울고 별이 좀 보이고, 산골 마을의 빛과 가로등이 간간이
지나가고 고향 생각도 들고, 그런 마음으로 창 밖을 보다니 경주, 언양 지나 울산에 밤 9시에 갔다. 

언양 행 표 사서 운전사 뒤에 앉으니 가던 길을 되돌아 시내와 공업탑을 지나며 손님이 탔고,
등산화 끈 매고 언양에 내려 석남사 가는 버스 찾아 타고, 석남사 주차장에 혼자 내리니 밤 10시 
좀 전 이었다. 지나가는 차 얻어 탈 생각으로 기다리다니 승용차가 멈춰서 타니 배낭 지고 있어서 
태웠다며, 그들은 얼음골에 얼음 타려고 간다며 울산에서 왔다고 한다. 

산 얘기하다 터널 전 상가 앞에 내려 물통으로 쓸 빈 통 찾다가 일월상회에서 하나 얻어서 물 담고,
라면 하나 끓여 달래서 가지고 간 현미밥 말아먹으며 주인 얘기 들으니, 얼마 전에 산악회에서 
가지산에 산장을 짓느라 고생했다며, 거기 가서 자라고 한다. 

10시30분에 터널오른쪽으로 오솔길을 따라 능선에 올라가니 바람이 분다. 
정상에 산장이 있다니 거기서 자고 갈까 밤 새 걸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르며 정상인줄 알았더니
해발1160m 봉이다. 다음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이고 정상 거의 올라서며 바위지대는 주변 도시의 빛이 
여리지만 비쳤고, 가지산 정상을 지나가며 거센 바람에 쓰러질 번했고 산장이라는 곳을 찾아가니 
작고 허름한 대피소이고, 문 두드리다 보니 자물쇠가 잠기지 않아 열고 들어가니 잠잘 곳은 없고 
매점이었다. 초코파이 상자에 돈이 있었지만 돈으로 보이지 않았다. 

시계는 자정이 지났고 추워서 바람막이 바지를 더 입었지만 손 시리고 춥고, 어쩌나 여기서 잠을 
잘 수도 없다, 침낭도 없으니... 생각하다 모자 쓰고 장갑 끼고 나서니 여전히 춥다.
쌀 바위로 내려가는 길은 응달이라 얼음이 얼어서 미끄러져 엉덩이가 아팠다. 그래서 대피소로
돌아갈까 생각하기도 했고, 언양과 주변의 마을 불빛이 보이고 걷다 또 미끄러져 왼쪽 무릎이
나무에 부딪혀 몹시 아파 주저앉아서 주무르며 아... 소리쳤지만 바람 소리에 흩어졌다.

어느 정도 내려서니 평지처럼 완만하지만 길은 여전히 미끄럽고, 오른쪽으로 전등을 비춰보니
아찔한 급경사이고, 이 밤에 저곳에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걷다니, 
쌀 바위에서 누군가의 위령비가 있는데 죽음을 생각했다. 
그 아래 산장이 보여 반가웠지만 자정이 지난 시간이라, 들여다보니 개가 짖어 그냥 나왔다. 

깊은 어둠 속 불빛이 보일 뿐 1990년 말에 산행하던 기억을 하며 걷다니 바람은 여전히 심했다.
길은 우마차로 이라 안심하고 내리막길만 걸으니 좋았지만 얼굴은 얼 듯 시렸다.
운문령에 들어갈 곳 있으면 들어간다며 아무 생각 없이 걷다니 길이 능선에서 내려선 곳이라
바람도 잠잠하더니, 운문령에 가니 그대로 겨울 밤 바람이 심하게 불고 피할 곳은 없어서...
다음 정맥으로 올라서니 건축 자재가 있고 숲에 건물이 보여 가니 이동 화장실이고, 추워서 들어가니
냄새가 심했지만 생각나던 볼일이 생각나서 배낭 내리고 일 보는데, 그 화장실은 바람에 쓰러질 듯 
흔들리고, 밑에서는 찬바람이 올라오고 우스웠다. 밤 깊은 02시30분에 이 무슨 일로 여기 화장실에
앉아 있담... 그러나 저러나 어쩌지 포기 할 수도, 그렇다고 더 가기도 힘 든다. 
이 상황에서, 텐트도 안 가져오고...  

바람 피할 곳이 있을까 하며 걷다 간식 먹고 건전지 갈고 오르다니 해발894.8m 봉을 왼쪽으로 돌아서 
올라 나침반을 보며 북쪽의 문복산을 확인하고, 조일 목장 쪽 불빛이 반가웠다. 동쪽으로 능선을 
내려서다가 왼쪽으로 내려섰더니 무척 가파른 경사를 지나 내려가니 목장이고, 그곳은 평온한 
느낌이고 사람은 없고 음식점 간판이 여러 개 보이고, 자판기에서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며 
그 음식점 안마루에 잠시 누웠다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 쉬었다 가나 전등은 흐린데 아무도 사람은 안 보이는데 바람만 몹시 불어대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스팔트길을 걷다니 식육점에 쇠고기와 소머리가 으스스하게 보였다. 
빈 건물을 찾아 걷다니 짓고 있는 건물이 보여서 들어가니, 1층은 어설퍼서 2층으로 올라가니 
큰방이 하나이고, 3층으로 올라가니 방이 여러 개 이고 작은 목욕탕 한 곳에서 배낭을 내리고
가스 등 켜고 커피 끓여 보온병에 넣고 찌개 끓여 도시락을 보니 밥이 얼었지만 말아서 먹었다.
그러며 혹 주인이 알고 올까 긴장이 되기도 했다. 

5일
06시 밖이 어두워 가스버너에 손을 녹이며 앉아 있으니 잠을 자고 싶었다. 
06시30분 지나서 조용히 나와 도로를 따라 외항재 오르는데 산골마을에 개가 짖는다, 
나는 이 외로움과... 그리고 고헌산 오르다니 7시30분 즘 졸려서 한동안 졸면서 오르다니, 
역시 이름 있는 산이라 오르기 힘들었다. 일출을 못 보아서 아쉽고 바람은 왜 그렇게 무섭게 불던지
휘청거리며 걷다 지쳐서 자주 쉬며 첫 봉우리 오르니, 해가 옆 능선 위에 떠 있고 쉬며 사진을 찍고 
다음 봉우리 오르니, 고헌산 정상 표시가 있다. 돌무지 탑에 3개의 주먹만 한 돌을 올렸다. 

고헌산 전 해발1020m봉우리, 왼쪽 뒤는 가지산



고헌산 정상



가운데 왼쪽에 가지산이 건너다 보이고 운문령도 보인다



위 사진의 왼쪽, 석남고개로 오르는 도로와 가지산과 능동산 천황봉이 보인다
고헌산에서 내려서며 낮이라 전망이 좋고 억새가 시야를 가리고 얼굴에 부딪혔지만 상쾌한 마음으로
걸음으로 내려서는 것이 좋았다. 소호령 도로에서 라면 끓여 남은 밥 말아먹고 백운산 오르는데 또 
졸면서 오르다니 따뜻해지니 어디서 누워 한숨 자고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백운산 정상에 
올라 주변 산과 골짜기를 보니 새로운 힘이 솟아 아름답게 다가왔다. 

백운산 정상



지나온 고헌산
그리고 오늘 어디까지 가나 지도 보며 시간 계산하며 길이 좋은 편이라 걷기만 하면 되었고, 
생각한 산행을 하고 있어서 기분 좋았다. 해발851.1m봉과 해발632.7m봉, 해발700.1m삼각점봉, 
해발704.4m봉지나 윗상목골 뒤 작은 저수지 옆까지 정맥 구간 종주를 끝내고 하산하다 생각하니, 
다음 수의동 옆까지 가자 어차피 상목골로 나가나 산하나 더 넘으면 되니 말이다. 

그래서 해발536.7m봉 지나 해발604.4m봉우리 넘어 내려가니 목장이고 아주머니가 보여 버스시간을 
물으니, 산내 가야 된다고 하여 걷다니 개가 많은데 한 마리는 따라오며 짖었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빵을 먹으며 걷다니, 민박한다고 전화번호가 있어서 적어왔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편하고 소태리로 내려가서 버스 시간을 물으니, 아까 들어간 버스가 
3시 나온다해 30분 여유가 있어서 소태교 아래서 머리 감고 얼굴 씻으니 얼 듯 시리다. 
버스 타고 경주로 나오며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고 경주 시내에는 큰 능이 가끔 보였다. 

2002년 11월 4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