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白頭大幹) 구간 종주 3산행

 1992년 6월 6-7일
 6일, 중앙선 지나 영동선 봉화 역에 03시 40분에 내려 철길 건너 읍내 지나 걷다 가로등 밑에서 
 양말 더 신고 신 끈 졸라매고, 물야 면으로 걸어가니 05시 지났고 날은 밝고 솔고개에서 쉬다니
 시골 어르신이 인분 지고 가시고, 논물 보는 어르신, 논에 물 푸는 소리, 뻐꾸기소리, 소쩍새소리, 
 만덕산 어귀에 앉아 쉴 곳이 있어 쉬다니 버스가 지나갔다. 

 물야 정류소에서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기다리다 타고 오전 약수터 가니 7시 30분, 
 그 작은 버스는 일반 버스 다니지 않는 시간에 약수터 음식점에서 운영하는 버스였다. 
 약수 좀 담아서 박달장 여관 옆으로 박달령 오르니 9시 10분, 오토바이 타고 산나물 뜯으러
 다니시는 두 어르신은 전엔 옥돌봉 올랐고, 이번엔 선달산으로 가신다 했다. 

 아침 밥해먹고 10시 30분 그 곳집인가 산신당 인가 옆으로 한동안 힘들게 1015m봉을 오르니 헬기장
 이고, 다음 옥돌봉 오르는데 힘들었고 날씨가 흐려 좀 걱정이었다. 옥석봉 1242m 이란 글자가 쓰여
 진 나무판 조각이 나무에 매달려있다. 다음 길은 왼쪽 오른쪽이 있고 시간은 오후 1시 가깝고, 
 길을 찾아 큰 소나무가 많고 송진채취 한 흔적이 있는 소나무 숲을 지나 내려오다가, 한 동안 좋은 
 길을 내려서다가 해발 1000m 즘에서 오른쪽 지능으로 잘못 내려서서 도래기 마을로 갔다.

 낮에 길을 잃어서 씁쓸했고 골짜기 마을 건너 도로로 오르다 보니, 버스가 2시 50분에 지나가는 거
 좀 늦어서 아쉬웠고, 도래기재 올라가니 터널은 낡아서 사용하지 않고 재는 공사 중이다. 
 절개지 높은 곳에서 점심 밥 지어먹고 5시에 다음 산으로 걸었다.


 배낭의 무게로 어깨가 아프고 920m봉 지나며 해 지기 전에 구룡산도 못 가겠다 싶었다.
 어쩌지 밤새워 걸을까 생각하며 하나하나 넘어서 1049n봉을 오르다니, 왼쪽으로 임도 만드는 굴삭기
 소리가 들린다. 다음 1060m올라 내려가니 헬기장이 있고 역시 오른쪽으로 임도가 보인다. 
 해는 저물어가고 사타구니가 달아서 무척 쓰라리다. 

 1256m봉 오르자 어두워지고 안개는 자욱하고 오른쪽 왼쪽 길이 있어 전등 들고 오른쪽 길로 한동안
 올라가니 전등에 비친 하얀 안개 가득한 길을 오르자 바람 소리가 크게 들리고 구룡산 정상은 넓은 
 헬기장 이고,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끝없이 안개가 넘어갔다. 라면이나 끓여 먹자고 가스등을 켜고
 끓여 먹으며 안개바람을 등지고 있는데, 등 뒤에서 꼭 누군가 나를 건드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여 두려웠고, 한번은 옆에 큰 물체가 보여 깜짝 놀라서 보았더니 하얀 안개에 가스등 빛으로 
 만들어진 내 그림자였다. 

 그렇게 라면 먹고 배낭 싸고 가스등 그대로 들고 밤 9시에 걸었다. 
 처음엔 오솔길 내려가니 방화선이 이어져 쉬웠고 여전히 안개바람은 몰아치고, 가스등 빛에 비친 
 내 그림자는 괴물처럼 보이고 두려웠다. 넓은 길을 추적추적 내려서는 길에 하얀 안개와 안개... 
 으스스함이 솟구치듯 안개가 끝없이 능선을 올랐다. 바람소리 사납게 귓전에 다가오고 내려가고, 
 올라가고 가끔 헬기장 또 헬기장 지나 10시 지나고, 밤이라 덥지 않았고 길도 좋은데 가스등 옆에
 두고 쉬려면 나방과 그런 저런 벌래가 달려들었다.
 
 고직령 지나 동쪽으로 계속 걷다가 다시 직각으로 돌아서 북쪽으로 걸었다. 
 11시지나 어느 묘에서 그 방화선은 끝나고 이거 또 어설픈 길인가 무덤 지나 걷기가 싫었다.
 걷다니 초순 달이 보이기도 했고 뻐꾸기가 울어 소름이 끼치기도 했고, 잡목이 얼굴에 부딪혀 
 성가시고, 거미줄은 또 그렇게 어설프다. 쉬며 무척 힘들게 1300m 봉에 오르니 처음 만난 건 다 
 허물어진 무덤이었고, 거기서 방향을 동쪽으로 바꿔야 하는데 무서워서 빨리 지나 가다가 오른쪽으로
 아무리 찾아보아도 내려가는 길이 없어, 돌아서 다시 무덤 있는 정상으로 올라 낡은 표시기를 보았는데, 
 그 길이 내가 올라온 길로 생각하고, 다른 길을 찾아 걷다가 보니 방향이 여전히 북쪽이라 1300m 
 정상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몇 번이나 망설이다 올라가지 않고 북쪽 능선을 따라 난 방화선을 걸었다. 

 내려서다 02시 즘 모닥불 피우고 쉬며 침낭도 없이 누워 자려다가 날씨가 심상치 않아 걸었다.
 내려서다니 능선이 흐리게 보였고 그것은 내가 가려던 대간의 줄기였다. 계곡으로 내려서서 
 비포장도로로 나오니 이상한 건 낡거나 부서진 비행기와 군 트럭이 도로 주변 공터에 널려 있고, 
 곳곳에 탄피도 보이고 그런걸 보니 꼭 전쟁터에 간 듯하고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저러나 단조로운 도로를 걸으니 졸려서 술이 취한 듯 이리 저리 도로를 가로 저으며 몽롱한
 상태로 머리와 정신은 졸면서 발은 움직였다. 태백산으로 못 가서 아쉽고 물소리도 들렸다. 
 한 동안 걸어도 끝이 없는 그 골짜기 얼마나 지루하게 내려섰나, 길에 앉아 졸다가 바위가 있으면
 앉아 쉬었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걷다니 감기는 눈뜨지 못하고 걷기도 하다가, 이리 저리 
 비틀거리며 걷다니 눈부신 전등이 있고 철망 뒤에 보초병이 보였다. 

 등산객입니까 물어 그렇다 했더니 잠시 기다리란다.
 상급자에게 연락하더니 함께 가자고 한다. 소피보고 뒤를 따랐다.
 왠지 번거롭고 보초병 따라가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혼자 왔나 물어 그렇다니, 아우 어떻게, 무섭지 않나요... 나물 뜯으러 왔나 묻는다.

 걷다 다음 철망에서 다른 초병을 따라 가니 정문 근처 당직 사관인가 거기 들어갔다. 
 배낭 내려두고 주민증 보자 하여 주니, 상동파출소로 신원조회 하니 시간이 안 되어 안 된다고
 아침 7시까지 기다리란다. 그리고 배낭 속 다 뒤져보더니 날 샐 때까지 기다리란다. 

 혼자 어떻게 무서워 다니느냐고 묻는다. 그런 저런 얘기하다니 군부대라 침입자로 간주되어 
 신원조회하고 배낭 뒤져보아야 한다고 했다. 배낭에 엎드려 좀 자다가 06시 즘 일어났다. 
 다른 상급자가 와서 잠시 여기 저기 연락하더니 신원조회 이상 없다고 하니,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그런 거 묻고는, 그날이 현충일이라 식사가 좋으니 어쩌니 하더니, 
 빈말로라도 밥 먹고 가란 얘기도 하지 않고 가라고 한다. 

 비가 내렸고 06시 30분 그곳을 나와 버스 타고 태백으로 나와서 목욕하고 기차 타고 
 술 한 잔 마시고 잠들었다 깨니 청량리였다. 


 그 구룡산 1344m 정상 짙은 안개 바람 끝없이 넘어가던 헬기장에서 혼자 쪼그리고 앉아 
 끓여먹던 라면 생각과 가스등 들고 대간 걷던 생각이 10년 지난 지금 아직도 떠오른다. 

 2002년 10월 25일 옮김